이런 연설을 듣고 있어야 하나. 경제에 대한 무지를 그대로 드러낸 채, 근거 없는 묘수풀이로, 천국이 온다는 식의 부두 경제학을 늘어놓는 정치선동이기에 그렇다. 유승민, 문재인 두 대표는 마치 대선출마라도 하는 듯 인기 발언만 늘어놓았다. 그러면서도 현안에 대해서는 제대로 언급조차않고 피해갔다. 대한민국 경제 문제의 본질은 바로 반시장적 법률을 쏟아내는 정치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시킨다.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당의 견해를 국민에게 밝히는 기회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보수의 새 지평을 열겠다”며 엉뚱하게도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균형발전, 양극화 해소, 부자와 대기업의 세부담 확대, 재벌개혁 등 소위 진보적 좌편향적 아젠다를 대거 쏟아냈다. 심지어 “10년 전 양극화를 처음 말한 노무현 대통령의 통찰을 높이 평가한다”고도 했다. 이쯤 되면 당의 이념적 정체성에 대한 도전이다. 오죽하면 김무성 대표가 “당의 방침이라고 볼 수 없다”며 선을 긋고, 대변인 논평도 없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경우는 더했다. ‘새 경제’를 주창한다고 했지만 경제를 보는 시각은 40년 전으로 후퇴했다. 그는 1971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후보 장충단공원 연설을 인용하며 ‘특권 경제’를 끝내겠다고 말했다. 특히 “대기업 사내유보금이 540조원인데 서민들이 모은 돈을 모두 대기업이 가져갔다”고 한 그의 발언은 귀를 의심케 했다. 수출해서, 혁신해서, 직원들이 열심히 영업해서 번 투자준비금을 그는 남의 돈을 약탈한 것처럼 주장했다.

두 대표의 연설은 정치권이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오로지 세의 규합에 관심이 있을 뿐, 나라경제는 어찌 돼도 좋다는 게 국회의원들의 평균적인 인식인 모양이다. 두 대표는 치열한 사회적 논쟁을 부르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 노동개혁 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구체적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저 대학 초년생들의 경제관을 피력하는 듯한 수준에 머물렀다. 정당정치, 책임정치는 모두 실종되고 말았다. 실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