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뭉칫돈' 증시로 몰린다…예탁금·거래대금 급증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1%대에 진입하면서 은행을 빠져나온 시중 자금이 증시로 몰리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과 기업 실적 개선에 힘입어 국내 증시가 4년 박스권을 탈출할 것이란 기대도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촉진하는 요인이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진입 전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이 지난 3일 기준 19조2733억원으로 2013년 9월16일(19조4511억원) 이후 1년6개월 여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6일 고객예탁금은 전 거래일 대비 5494억원 감소한 18조7238억원으로, 19조원을 밑돌았다. 이는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는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를 밀어올린 현물 매수 자금으로 활용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객예탁금은 올 초 15~16조원 사이에 머물다 코스피지수가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한 지난 2월 18조원을 넘어섰다.

이달 들어 외국인 귀환과 기업 실적 개선 4년 박스권을 벗어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예탁금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증시 주변자금으로 분류되는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잔액도 급증하고 있다. 3일 기준 73조4794억원으로 올해 초 71조1651억원에서 3개월 새 1조 넘게 불어났다.

증시 전문가들은 "풍부한 유동성 속에 외국인 매수 기조가 지속되고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로 낮추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유동 자금의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15조원대이던 고객예탁금이 19조원을 넘었고, 실질고객예탁금 역시 3월 중순 이후 플러스(+)로 전환됐다"며 "국내 증시의 수급요인이 그만큼 강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중 자금이 증시로 몰리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한 일평균 주식거래대금도 8조원에 육박했다. 올 초 5조5000억원 수준에서 2조원 이상 늘어났다.

거래대금 증가가 꼭 증시 상승을 의미하진 않지만 긴 그림에서 거래와 증시는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변준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거래대금 증가의 기간과 수준을 보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며 "이는 고객예탁금 증가에 따른 자금 유입 기대와 함께 증시 상승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거래대금 증가가 중요한 건 금리인하→유동성 증가→증시로의 자금 유입이라는 사이클이 작동했기 때문"이라며 "기준금리가 2.5%까지 낮아질때는 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1%대에 진입하면서 거래대금 증가가 수반됐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그러나 "거래대금 증가가 개인 뿐 아니라 기관으로까지 이어져야 증시의 추세적 상승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