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진정성 의심받는 한국노총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백승현 지식사회부 기자 argos@hankyung.com
![[취재수첩] 진정성 의심받는 한국노총](https://img.hankyung.com/photo/201504/AA.9789883.1.jpg)
전날 밤 김 위원장이 “조직을 설득해보겠다”는 말과 함께 회의를 끝낸 지 불과 몇 시간 만이었다. 한국노총의 논리는 이렇다. 지금도 기업이 필요에 따라 멀쩡한 근로자를 재배치 또는 해고하는데, 그 기준을 정해 놓으면 해고는 더 쉬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에 대해 “노동계에서 제목을 잘못 달아 생긴 오해”라며 “그래도 걱정된다면 단체협상에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으면 된다”고 반박한다. 이미 근로기준법 23조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수많은 판례들이 부당해고를 견제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계 우려는 기우라는 것이다.
근로자 입장에서 해고의 공포는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만에 한국노총이 위원장의 ‘노·사·정 대표자회의 참여를 거부’하고 입장을 바꾼 장면에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다.
노·사·정 대타협 논의의 가장 큰 취지는 일자리 확대다. 수백여만명의 실업자가 걸린 문제다. 현재 전체 근로자의 90%가량이 노동조합 밖에 있다. 한국노총은 ‘10% 정규직 모임’이다. 이들이 “내 일자리가 불안해질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노·사·정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심각한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1학점을 남겨두고 졸업을 미루고 있다는 전국대학총학생회모임 의장이 “노·사·정이 모여 논의한다는데 다들 직장 있는 사람들이잖아요”라고 말했던 것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세상을 만들자’고 했던 지난해 12월의 합의 정신을 한국노총은 되새겨야 한다.
백승현 지식사회부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