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 타결된 것 맞나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이란이 핵 협상을 잠정 타결했지만 핵심 사항을 놓고 양측이 서로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어 오는 6월30일 시한으로 정해진 최종 협상타결 때까지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서방과 이란이 이란의 핵 개발 중단과 국제사회의 대(對) 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공동 성명, 즉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지난 2일 발표했지만 제재 해제 시기와 조건, 10년 후 이란의 우라늄 농축 가능 여부 등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잠정협의안 타결 직후 공개한 요약보고서(팩트시트)에서 제재 해제와 관련, “이란의 합의 이행이 검증되면 제재가 풀린다”며 “이란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제재는 복원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란 외무부는 팩트시트에서 “합의안이 시행되면 모든 제재가 철회되고 무효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3일 연설에서 “(6월 말) 최종 합의가 되면 이튿날 모든 제재가 해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이 완료된 뒤 제재가 풀린다는 미국의 설명과 다른 입장이다. 핵 협상 실무를 맡은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4일 이란 국영방송에 출연해 “미 국무부가 오역한 팩트시트는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팩트시트에서 이란의 우라늄 농축활동과 관련해 “최소 15년간 3.67%를 넘는 농도로 농축하지 못한다”고 설명했지만 이란은 15년이 아니라 10년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제재 해제 조건인 IAEA의 검증에 대해 “이란의 모든 핵시설과 채광부터 정련, 농축에 이르는 모든 우라늄 공급처를 사찰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반면 이란은 “IAEA 검증은 자발적이고 임의적인 입장에서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은 “팩트시트에서의 차이점은 최종협상 때까지 상당한 진통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 고위당국자는 “팩트시트에서 다른 표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양측이 충돌하고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과 이란 정부가 핵 협상에 부정적인 자국 보수파 의회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되도록 유리하게 해석한 측면도 있다고 풀이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