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가 29일 미국 LPGA투어 KIA클래식 3라운드 18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박세리는 이 홀에서 칩인 버디를 성공시켰다. AFP연합뉴스
박세리가 29일 미국 LPGA투어 KIA클래식 3라운드 18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박세리는 이 홀에서 칩인 버디를 성공시켰다. AFP연합뉴스
박세리(38·하나금융그룹)와 크리스티 커(38·미국)는 1997년 미국 LPGA투어 퀄리파잉스쿨을 ‘공동 수석’으로 졸업했다. 그해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태어났다. 18년이 지난 지금 세 선수는 LPGA투어 KIA클래식(총상금 170만달러)에서 나란히 선두권에 올라 우승을 다투고 있다. 다른 스포츠 종목에선 보기 어려운, 골프라서 가능한 일이다.

○LPGA 26승 보인다

박세리는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의 아비아라GC(파72·6593야드)에서 열린 대회 사흘째 보기 없이 버디만 8개 잡아내며 8언더파 64타를 쳤다. 코스레코드 타이기록을 세운 박세리는 합계 12언더파 204타로 전날 25위에서 공동 5위로 도약했다. 선두 이미림(25·NH투자증권)과는 4타 차다.

박세리가 64타를 친 것은 2011년 7월 브리티시여자오픈 2라운드 이후 약 4년 만이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공동 6위에 올랐던 박세리는 2010년 벨마이크로클래식 우승 이후 5년 만의 우승을 노린다.

퍼팅 감이 좋았다. 이날 박세리의 퍼트는 23개에 불과했다. 첫 홀부터 버디를 사냥하며 기분 좋게 출발한 박세리는 5·6·7번홀에서 세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선두권에 가세했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왼쪽으로 밀리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환상적인 칩인 버디를 성공시키면서 갤러리들의 박수를 받았다.

박세리는 “다음주 열리는 ANA인스퍼레이션 대회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참가했다”며 “어제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하면서 샷 감각이 돌아오는 걸 느꼈고 오늘 샷마다 집중하며 최선을 다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LPGA투어에서 통산 25승을 거둔 박세리는 내달 2일 개막하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인스퍼레이션(옛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생애 통산 4대 메이저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세리냐, 세리키즈냐…코리안 7연승 주인공은
○한국·한국계 7연승 눈앞

‘코리안 돌풍’도 계속되고 있다. 이미림은 이날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타를 줄여 6언더파 66타를 쳤다. 합계 16언더파 200타를 친 이미림은 재미 동포 앨리슨 리(15언더파 201타)를 1타 차로 앞서 사흘 연속 선두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마이어클래식과 레인우드클래식에서 우승한 이미림은 개인 통산 3승 가능성을 높였다.

이미림과 앨리슨 리가 1, 2위를 달리면서 올해 LPGA투어에서 한국 국적 또는 한국계 선수의 7연승 가능성도 커졌다. 크리스티 커와 요코미네 사쿠라(일본)가 나란히 13언더파 203타로 공동 3위에 올랐다.

리디아 고는 14번홀(파3)까지 버디 5개와 이글 1개를 잡아내며 단독 선두까지 뛰어올랐지만 16번홀(파4)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리며 기세가 꺾였다. 무서운 기세로 코스레코드까지 노리던 리디아 고는 16번홀에 이어 18번홀(파4)에서 보기를 기록하며 12언더파 204타, 공동 5위로 밀렸다. 박인비(27·KB금융그룹)와 장하나(23·비씨카드) 등도 10언더파 206타, 공동 10위로 3라운드를 마쳐 마지막날 우승 경쟁을 펼치게 됐다. LPGA투어 2연승을 노리는 김효주(20·롯데)는 이날 이븐파를 치며 합계 8언더파 208타로 단독 19위에 머물렀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