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축적한 카드 인쇄기술, 그림 프린트사업 큰 힘 됐죠"
“과거에는 특권 계층만 문화를 즐겼어요. 귀족들이 연주자를 불러 음악을 듣고, 지식계층만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문화 장르가 대중화됐어요. MP3, 전자책을 이용하면 이제 클릭 한 번으로 문화 생활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유독 미술만은 대중화가 더딘 것 같더군요. 카드 제작업체 비핸즈가 그림 전문 온라인숍 그림닷컴(gurim.com) 사업을 하는 이유입니다.”

박소연 비핸즈 대표이사(54·사진)는 지난 13일 서울 상암동 DMC첨단산업센터에서 그림 사업에 뛰어든 배경을 이렇게 말했다. 비핸즈의 전신은 1970년 박영춘 회장이 설립한 바른손카드다. 창업주의 장녀인 박 대표는 미국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뒤 1996년 귀국해 가업을 잇고 있다. 박 대표는 오는 19일부터 그림닷컴에서 민화 기획전을 연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2010년 말부터 일제 식민시대 이후 잊힌 한국 민화를 복원하는 사업을 진행해왔다.

“고객들의 작품 구매 성향을 살펴보니 한국적 정서가 깃든 상품의 반응이 상당히 좋더군요. 저작권 문제로 고민하던 중 ‘이거다’ 싶었죠. 민화에는 저작권이 없잖아요. 더욱이 민화는 지금 봐도 색감이 현대적이고 세련될 만큼 아름다운 그림이에요.”

이번에 판매되는 민화는 일본 박물관에 소장된 원화의 이미지를 토대로 숙련된 미술가가 복원한 것이다. 이번 기획전에선 오리지널 모작, 트리밍 및 색감을 보정한 작품, 현대작가들의 민화 작품 등이 소개된다.

“미술시장은 현재 원화를 파는 갤러리 시장과 저렴한 프린트 상품을 파는 시장으로 양분돼 있어요. 비핸즈가 앞으로 두 시장을 잇는 가교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프린트된 그림을 보면서 감동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을 만드는 게 과제입니다.”

비핸즈는 청첩장 시장에서 업계 점유율 70%를 차지할 만큼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박 대표는 왜 낯선 그림 시장에 도전하게 됐을까.

“사회·문화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선도해야 브랜드 가치가 올라갑니다. 비핸즈가 지난 40여년간 축적한 인쇄 후가공 기술을 접목시키면 미술 프린트 시장을 개척할 수 있겠다 싶었죠.”

그림닷컴에선 반 고흐, 피카소, 마크 로스코, 앤디 워홀, 리히텐슈타인 등 해외 유명 작가의 프린트 작품을 5000~40여만원에 살 수 있다. 명화, 팝아트, 추상화, 일러스트 등 장르도 다양하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