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w] 전통주 이야기-찾아가는 양조장(3)
[김지일 기자] 가을 수확이 끝나면 집집마다 술 익는 냄새가 피어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술 빚는 풍경은 구세대에게는 그리움으로, 젊은이들에게는 낯설지만 귀한 옛문화로 남아 있다. 집안 대대로 전수된 여인들의 손맛을 담아낸 우리 전통주 이야기. 그 세 번째는 한반도의 최남단에 위치한 ‘해남 땅끝마을’에서 찾아볼까 한다.

서울발 고속버스로 5시간 정도 소요되는 전라남도 해남군은 리아스식 해안, 다도해가 멋지게 발달해 일찍이 관광명소로 알려진 지역이다. 최근에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소재로 한 영화 ‘명량’이 흥행몰이에 성공하면서, 영화 배경지인 ‘울돌목’과 ‘우수영’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뿐만 아니라 온화한 기후환경을 갖춰 각종 해산물과 과일, 잡곡 등 품질 좋은 특산물도 다양한 편이다. 이 중 전국적으로 밥맛 좋기로 소문난 해남쌀을 가공해 전통술 ‘막걸리’를 선보이고 있는 양조장이 있다. 바로 해남군 화산면 해창리에 위치한 ‘해창주조장’이 그 주인공이다.

예쁜 정원과 맛있는 술이 있는 곳 ‘해창주조장’
[맛있는w] 전통주 이야기-찾아가는 양조장(3)
해창주조장은 90년 된 양조장으로 현재 오병인·박미숙 씨 부부가 생막걸리를 만들며 전통을 잇고 있다. 부부는 약 10년 전 해남여행 중 마신 해창막걸리 맛에 반해 서울에서 3년간 택배로 주문해 먹다가 8년 전, 당시 주인의 권유로 주조장을 인수하며 귀촌했다고 한다.

아내 박미숙 씨가 먼저 내려와 틈틈이 막걸리 공부를 하며 비법을 전수받았다는 해창막거리는 농촌진흥청이 공인한 전통주 소믈리에 1호 오형우 씨가 우리나라 최고의 막걸리라 꼽을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실제로 해창막걸리를 맛본 손님 중에는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한번 주인 부부와 인연을 맺은 사람은 해남을 들를 때마다 잊지 않고 주조장을 찾게 된다고 한다. 과연 해창주조창의 매력과 막걸리 맛의 비결은 무엇일까?

90년 역사가 담긴 아름다운 정원
[맛있는w] 전통주 이야기-찾아가는 양조장(3)
입구부터 ‘해창주조장’이라는 큼직한 목간판이 눈에 띄는 양조장은 비교적 아담하다. 입구로 들어서면 깔끔한 마당과 독특한 외관이 돋보이는 2층 가옥이 먼저 눈에 띈다. 이 건물 뒤편으로 들어가면 오래된 우물과 잘 꾸며진 아름다운 정원을 만날 수 있다.

오래된 초목이 한껏 어우러진 정원은 철마다 옷을 갈아입어 질릴 틈이 없다. 맑은 물이 흐르는 정원 중앙의 연못까지 더하면 그 멋과 운치는 여느 수목원 못지않다. 또한 정원에 설치된 벤치는 싱그러운 자연을 벗 삼아 막걸리를 마시기에 안성맞춤이다.

작지만 남다른 개성을 지닌 이 주조장은 1920년대 일본인 시바다 히로헤이가 정미소와 함께 설립한 것이다. 해창막거리의 시조이기도한 당시 양조장은 모두 일본 건축양식으로 설계돼 현재까지 보존되어 왔다. 가옥의 경우 90년의 역사를 거치며 상당부분 변형됐지만, 지금은 대부분 소실된 1920년대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기록으로 인정받으며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명품(名品) 술맛의 비밀 ‘자연 그대로’
[맛있는w] 전통주 이야기-찾아가는 양조장(3)
오병인·박미숙 부부의 목표는 ‘제대로 된 막걸리’를 만드는 것이다. 부부의 술 빚기는 새벽 5시에 일어나 고두밥을 짓는데서 시작한다. 100% 해남쌀을 사용하는 막걸리는 속성발효제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발효로 맛을 낸다. 막걸리의 떫은맛을 덜고 단맛을 내는 인공 가미료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때문에 막걸리 통에 적힌 원료 표시는 국내산 쌀 100%, 아스파탐 0.00005%가 전부다.

해남쌀 180kg으로 일주일에 빚어지는 막걸리는 600리터(ℓ) 정도다. 일반 양조장에 비하면 적은 양이다. 우윳빛으로 완성된 막걸리는 맛이 부드럽고 담백하다. 약간의 탄산과 함께 상큼한 과일향이 감도는 것은 해남쌀의 풍미를 최대한 살린 결과다.

해창막걸리의 대부분은 해남과 그 주변 지역에 공급된다. 구매를 원하는 타지역 손님에게는 택배로 배달한다. 판매되는 막걸리는 900mm 용기에 담겨 있지만 750mm 일반 막걸리와 같은 값을 받는다. 부부의 후한 인심이 작용한 결과다.

해남의 새로운 관광코스로 도약

‘알 만한 사람만 아는 술도가’ 해창주조장이 작년부터 바빠졌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4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손님맞이 준비에 나선 것이다.

해남군청의 든든한 지원을 받아 작년부터 시작된 사업은 초기 양조장 복원, 체험장 및 전시관 등의 교육체험프로그램 구성, 시음장과 카페를 신설 등을 포함한다. 현재는 준비를 거의 마친 상태로 새로운 관광 및 문화체험시설의 등장을 기대케 하고 있다.

올 봄, 따뜻한 해남으로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자료제공: 국립식량과학원, 해창주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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