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法 처리해 놓고…"걱정이 많다"는 새누리호(號)

"문제있다"면서도 밀어붙인 정치권

김무성 "국민에 파장 안 알리고 쉬쉬…잘못됐다"
野 이상민도 "포퓰리즘에 꽂혀 합의…위헌 요소"

< 심각한 與 지도부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앉아 있다. 연합뉴스

지난한 진통 끝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위헌 소지가 여전히 남아있는 채로 통과시켰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는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 대전제”라면서도 “국회의원으로서 입법을 할 때 위헌 소지가 있는데도 여론에 밀려 통과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법이 우리 사회를 청렴 사회로 건설하자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 법인 만큼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일단 더 늦춰선 안되겠다는 생각도, 고민도 다 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김영란법 입법 과정을 너무 서두른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지나온 과정이 잘못됐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무위원회에서 이 법의 성격이 뭐고 내용이 무엇이며 이 법이 통과됐을 때 우리 사회에 미치는 혁명적 변화 이런 것들을 국민이 알도록 해야 했는데 쉬쉬했다”며 “우리 국회의 책무를 다 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지금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웃고 있는 野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와 우윤근 원내대표가 3일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은 “위헌적이고 법치주의에 반하는 요소를 안고 있는 걸 알면서도 대중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에 꽂혀 속수무책으로 합의한 ‘졸렬 입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2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문제투성이 법안이라는 걸 알면서도 여론의 역풍이 두렵고 선거에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는 정치적 논리로 통과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매우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부정청탁 행위유형 명시 규정에 대해서도 “법률가가 봐도 모호하고 불분명한데, 일반 시민은 더욱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여주인공이 손만 대면 물체가 얼어붙는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 빗대어 “사람들의 모든 관계가 겨울왕국처럼 얼어붙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