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임기 마치고 떠나는 한덕수 무역협회장 "TPP로 시장 더 열고 수출기업 (기)氣 살려야"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사진)은 2012년 2월 취임 후 3년 동안 매년 12개 지방 지부를 순회하며 총 420개 지방 수출기업과 간담회를 했다. 그는 이 행사에 사진 기사를 데리고 가지 않았다. “애로를 들으러 온 게 아니라 본인 홍보 사진을 찍으러 온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살까봐 그랬다”는 게 한 회장의 얘기다.

한 회장은 열심히 기업인들의 얘기를 듣고 개선돼야 할 사항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렇게 해서 건의한 정책이 399건이고 이 중 바뀐 게 71건이다. 그중 하나가 문화 콘텐츠 수출 기업들의 이중과세 문제다.

영화 게임 등 문화 콘텐츠를 수출한 기업들은 해외에서 낸 법인세 만큼을 국내에서 법인세를 낼 때 차감받았다. 그러나 2012년 법인세법 개정으로 감면받는 금액이 크게 줄었다. 유통사가 콘텐츠 수출 후 개발사에 배분한 수출 대금을 국내 매출로 규정하고 공제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 한 회장은 2013년 간담회 때 이런 불만을 듣고 정부에 개정을 건의했다.

26일 3년 임기를 마치는 한 회장은 24일 출입기자단과 가진 송별 간담회에서 “수출 기업들에 봉사하고 서비스하기 위한 단체장으로서 꼭 필요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런 목표와 비전을 잘 따라 준 무협 직원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임기 중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무협 내에 ‘온·오프라인 애로처리 실시간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한 것을 꼽았다. 이 시스템은 수출 기업들로부터 들은 애로사항을 정부에 건의하고, 건의 내용이 처리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해당 기업에 피드백해주는 시스템이다.

이런 일이 있었다. 한 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 ‘기업신문고’를 운영하면서 유럽 수출기업들이 유럽유통협회로부터 불필요한 노동 관련 감사를 받는다는 민원을 접수했다. 유럽의 대형 유통업체에 물건을 납품하는 20여개 중소기업이 후진국에서나 받은 노동 관련 감사를 매년 수천만원의 돈을 들여가며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 회장은 2013년 대통령 유럽 순방 때 유럽유통협회 관계자를 만나 즉석에서 문제를 풀고, 이를 곧바로 업계에 통보했다.

한 회장은 이 밖에도 △정밀화학업계 규제에 대해 전수 조사를 해 111개의 규제를 발굴, 이의 개선을 정부에 건의한 일 △임기 중 해외 바이어 데이터베이스(DB)를 90만건에서 150만건으로 늘린 것 △역직구를 통한 수출 증대를 위해 B2C(기업·개인 간) 쇼핑몰인 ‘Kmall24’를 개설한 일 △청년·중장년·고졸 등 계층별 취업 박람회를 열어 지난해에만 6443명의 취업을 알선시킨 일 등을 임기 중 의미 있는 성과로 꼽았다.

한 회장은 “내수시장을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등을 통해 해외 시장을 넓히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며 “고용확대와 잠재성장력 확보 차원에서도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을 더 비중있게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회장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후임으로 하마평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 “아무런 통보를 받은 것이 없다”며 “당분간 대외활동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