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제(春節·중국설) 연휴 직전인 지난 17일 상하이·선전 증시에는 총 14개 기업이 상장했다. 모두 상장 첫 거래일의 가격제한폭(공모가 대비 44%)까지 급등한 채 거래를 마쳤다. 이날 상장한 중국 최대 LED 제조업체 무린썬의 쑨칭환(孫淸煥) 회장의 주식 평가액은 단숨에 18억달러(약 20조원)를 기록했다.

중국에서 주식 부자가 속출하고 있다. 2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 들어서만 24명이 주식평가액 10억달러(약 11조원)가 넘는 억만장자 대열에 새롭게 합류했다. 상하이·선전 증시가 활황세를 이어가면서 신규 상장한 기업 주가가 급등세를 보인 덕분이다.

◆주식 억만장자 올 들어 24명 탄생

저가 항공사 춘추항공의 왕정화(王正華) 회장은 회사가 지난달 상장 후 9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덕분에 보유주식 평가액이 네 배로 불어난 13억달러가 됐다. 춘추항공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아시아 최대 저가 항공사로 발돋움했다. 게임 개발회사 베이징쿤룬테크의 저우야후이(周亞煇) 회장 역시 회사 상장 후 주가가 수직 상승한 덕분에 주식평가액이 17억달러로 불어났다.

알리바바그룹 산하 금융 자회사인 마이샤오웨이금융에선 최고경영자(CEO) 루자오시(陸兆禧)를 비롯해 총 13명이 억만장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 회사는 아직 비상장 상태지만 지난달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총 가치가 500억달러로 평가되면서 경영진의 보유 주식 가치도 급등했다. 로널드 완 아시안캐피털홀딩스 중국사업부문 대표는 “현재 중국에선 기업공개(IPO)가 억만장자 배출의 주된 창구”라고 분석했다.

◆美 상장 中기업도 중국 증시로 회귀

중국에서 주식 부자가 속출하는 것은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중국 증시의 활황 덕분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작년 한 해 49% 상승해 세계 주요국 증시 중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올 들어선 상하이종합지수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선전종합지수는 7%가량 올랐다.

증시 상장을 통한 주식 부자가 속출하자 신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금융보에 따르면 현재 상하이·선전·창업판(중국판 코스닥)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은 800여곳으로, 이 중 400개가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우정국의 예금사업부문이 분리돼 설립된 우편저축은행이 최대 250억달러 규모의 IPO를 준비하는 등 굵직한 중국 기업도 앞다퉈 IPO에 나서고 있다.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했던 중국 기업 가운데 일부는 자진해서 상장폐지한 뒤 중국 증시에 상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뉴욕 증시에서 총 14개의 중국 기업이 자진 상장폐지했으며, 지금도 게임업체 퍼펙트월드와 샨다게임즈 등이 상장폐지 준비를 하고 있다.

법무법인 베이커앤드매킨지의 한 컨설턴트는 “게임업체들의 경우 주가수익비율(PER)이 미 증시는 10배 정도지만 중국 증시는 20배 정도에 형성돼 있다”며 “같은 값이면 몸값을 더 쳐주는 중국 증시로 이전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신규 상장 기업의 주가 급등 현상이 오래 지속되진 못할 것이란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앤디 시에 전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사모펀드(PEF)가 투자한 수천 개의 기업이 중국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이라며 “공모주 청약 물량이 급증하면 신규 상장 기업들의 주가 급등 현상도 뜸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