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골프장 승인에 2년 걸리는 '규제 왕국'
“경기 용인에 골프장 건설 허가를 받는 데 2년 걸렸습니다. 이게 규제 왕국을 만들어 낸 대한민국 ‘법치’입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지난 12일 열린 ‘한경-헤리티지재단 포럼’에서 한 기업인은 “공무원들의 보이지 않는 규제의 손이 기업 발목을 잡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의 경제자유지수 평가와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한 테리 밀러 헤리티지재단 국제무역경제센터장의 주제발표와 패널 토론 직후 마이크가 방청석으로 내려오자 그는 속사포처럼 불만을 털어놨다. “골프장 승인을 받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인허가 관련 부서만 13개를 돌았는데 한 군데 서류가 들어갈 때마다 한두 달씩 걸렸다”며 “각종 요구 서류를 제출하는 데도 진이 다 빠질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국에서 공무원에 대한 신뢰와 법치 분야의 경제자유지수가 낮게 나오는 것은 이 같은 과도한 규제 때문”이라고 했다.

이날 주제발표에서 공개된 헤리티지재단의 올해 경제자유지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자유지수는 100점 만점에 71.5점으로 세계 29위였다. 사회주의 국가를 포함한 세계 평균(60.4점)을 웃돌긴 했지만 자유시장경제국가 평균(84.6점)에는 한참 못 미쳤다. 정책입안의 투명성은 133위로 바닥권이었고, 공무원 청렴도도 45위에 그쳤다.

그나마 이 같은 수치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실장은 패널 토론에서 “한국에서는 최근 2년 동안 소위 ‘경제민주화법’으로 기업 활동에 대한 간섭이 굉장히 많아졌다”며 “한국 경제자유지수에 경제민주화법이 덜 반영된 것 아닌가 싶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날 포럼의 또 다른 세션은 ‘미국의 부활과 한국 경제의 시사점’을 주제로 진행됐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미국 부활의 비결로 하나같이 규제 혁파와 기업가 정신을 들었다. 앤서니 김 헤리티지재단 수석연구원은 포럼이 끝난 뒤 기자와 만나 “한국이 규제 혁파의 결단을 내리는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조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