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정원' 금융정보분석원] 검은 거래 '저승사자' FIU…대통령 비자금·론스타 뒷돈도 '꼼짝마'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 및 환수작업, 그리고 C그룹·H그룹 등의 비자금 조성….

모두 검은돈을 주고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들이다. 최근 장화식 전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가 2011년 법정 구속 중이던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써주고 뒷돈 8억원을 챙긴 ‘검은 거래’도 마찬가지다.

이들 사건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조용한 제보’가 발단이 돼 들통났다는 점이다. 그런데 FIU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모든 업무는 기밀로 처리돼 활동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은 탓이다.

◆수상한 거래는 다 들여다본다

과연 FIU는 어떤 곳일까. FIU는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으로 범죄자금의 세탁과 세금 탈루, 외화의 불법 유출 등을 막기 위해 2001년 설립됐다. 은행은 물론 증권사, 보험사 등에서 금융정보를 받아 분석한다. 현재 이해선 원장을 포함해 88명의 직원이 일한다. 이 중 금융위 소속 공무원은 30여명. 나머지는 검·경찰, 국세청 등에서 파견나온 전문가들이다.

FIU의 주요 업무는 ‘의심거래 보고(STR)’와 2000만원 이상의 ‘고액 현금거래 보고(CTR)’ 등을 금융회사로부터 받아 분석하는 일이다. 가장 중요한 임무는 금융회사의 다양한 의심거래 보고를 자체 분석하는 일이다. 통상 자정 등 특정 시간에 소액 인출이 반복되거나 야간금고를 이용해 거액을 입금하고 다음날 현금을 바로 인출하는 등 비정상적 거래가 의심거래로 분류된다. 취득 경위가 의심스러운 담보로 대출받거나 흔치 않은 거액 외환 거래 등도 ‘딱’ 걸린다.

물론 보고된 의심거래를 FIU가 다 뒤지는 건 아니다. 내부 기준에 따라 전체 보고 중 10%가량을 추려 상세분석에 들어간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퍼즐 맞추기’가 시작된다. 관련자의 신용평가 및 범죄 경력 등 다양한 자료를 총동원해 범죄 혐의를 가려낸다. 이른바 ‘서면수사’다. 이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 혐의가 입증되면 검찰 및 경찰과 국세청 등에 넘긴다.

과거 상당수 대형 비자금 사건이 이런 FIU의 자체 분석을 통해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2010년 70억원에 이르는 수상한 자금이 해외 계좌에서 C그룹으로 흘러든 사실을 포착해 검찰에 알려준 것도 FIU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에 장 전 대표가 론스타에서 받은 뒷돈이 밝혀진 것도 마찬가지다. FIU가 지난해 장 전 대표와 유 전 대표의 의심스러운 금융거래 내용을 검찰에 넘겨 서울중앙지검에서 계좌 추적이 시작됐다는 후문이다.

◆수상한 금융거래 50만건 넘어

FIU는 자체 분석 외에 법집행기관 요청에 따른 의심거래도 분석한다. 검찰·경찰·국세청·관세청·선거관리위원회·금융위·국민안전처 등 7개 기관이 대상이다. 법에 그렇게 정해져 있다. FIU 관계자는 “사기나 뇌물 수수, 탈세 등 86개 항목의 범죄에 해당될 경우에만 관련 기관에 자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2000만원 이상의 고액 현금거래도 금융사들로부터 연간 800만건 정도 받아 들여다본다. 이 중 국세청과 관세청이 요구할 경우 관련 자료를 넘겨준다. 대부분 체납자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의 금융거래 내역이다.

은행 등 금융사들이 FIU에 수상쩍다고 여긴 의심거래 보고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2012년 29만241건이던 의심거래 보고 건수는 2013년 37만8742건, 지난해 50만1425건으로 대폭 늘었다. 이 중 돈세탁이나 탈세 등이 의심돼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검찰과 국세청 등 사정당국에 넘긴 ‘특정금융거래 정보’ 건수는 작년 말 기준으로 3만301건에 달한다.

◆국가정보원도 탐내는 FIU 정보

대형 사건마다 소리 소문 없이 검은 금융거래를 파헤쳐 수사의 ‘단초’ 역할을 하면서 FIU의 위상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수상쩍은 금융거래와 관련된 사건·사고가 늘면서 FIU는 이제 ‘금융권의 국가정보원’으로도 불리고 있다. 진짜 국정원도 FIU의 금융거래 정보를 탐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