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키우기에 역량 집중…문화콘텐츠·해외시장 개척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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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기업은행
인터뷰 - 권선주 기업은행장
인터뷰 - 권선주 기업은행장
기술 금융 나아갈 것
작년 기술신용대출 실적 1위
벤처금융팀 신설…인력 2배로
소통하는 기업문화 목표
협력하는 조직이 최후 승리
직원 의견 따르면 더 좋은 결과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2013년 12월 국내 최초의 여성 은행장 탄생 스토리를 전하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보수적인 문화가 지배적인 은행의 경영을 여성이 해낼 수 있을까 하는 편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1년여가 지난 지금 권 행장은 자신만의 색깔과 리더십으로 우려를 씻어내고 순항 중이다.
권 행장은 어쩔 수 없이 유약해 보이기 쉬운 여성성을 어머니들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친근함과 포근함으로 발전시켰다. 또 부드럽다가도 필요할 때는 강한 뚝심을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권 행장을 공개석상에서 여러 차례 칭찬한 것도 이처럼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준 덕분이란 분석이다.
▷취임 후 행내에서도 ‘여성 행장’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대외 네트워크가 약하지 않으냐, 은행에 어려운 일이 닥칠 경우 헤쳐나가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등의 얘기를 들었다. 은행 일이 행장 혼자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은행장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 직원들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기업은행에는 8000여명의 임직원이 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나면 은행장 혼자 결정하는 것보다 좋은 결과가 나온다.”
▷지난 1년간 가장 중점을 뒀던 일은.
“기본이 강한 은행을 만드는 일이다. 은행의 기본은 성장성과 건전성, 수익성을 굳건히 다지는 일이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익이 따르지 않는, 단순히 외형만 키우는 성장은 지양하고 기본을 더 탄탄하게 닦는 사업에 중점을 뒀다.”
▷기본을 닦는 사업이란.
“중소기업 지원이다. 우리의 핵심 역량은 중소기업금융이다. 첫 번째 소임도 중소기업을 키우고 지키는 일이다. 중소기업금융도 더 세밀하고 창의적인 서비스가 요구되고 있다. 만족스럽진 못하지만 어렵고 힘든 기업의 우산을 뺏지 않고 더 큰 우산으로 시름을 덜어주기 위해 나름 노력했다. 덕분에 중소기업금융시장에서 1위 위상을 확고히 다졌다.”
▷올해 중소기업 지원 계획은.
“작년보다 1조5000억원 늘린 41조5000억원을 지원한다. 중소기업 설비투자 지원을 확대하고 차별화된 기술금융 기반을 마련할 생각이다. 중소기업 시설투자 지원에 12조원, 중소·벤처기업의 성장기반 구축에 10조원을 배정했다. 창업 및 차세대 잠재고객 발굴과 소기업 및 영세 소상공인 발굴에는 각각 9조3000억원과 8조2000억원을 준비했다.”
▷요즘 기술금융이 화두다.
“은행장 취임 전인 2013년 7월에 이미 IB본부 내에 기술평가팀이 신설됐다.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가 지난해 기술신용대출 실적 1위로 이어졌다. 이 추세를 올해도 이어나갈 계획이다
▷기술금융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
“지난달 벤처금융팀을 신설했다. 초기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이다. 11명이던 기술평가 전문인력도 두 배로 늘렸다. 자체 기술평가 모형을 개발해 제대로 한번 해볼 생각이다. 기술보증기금과 협약을 맺고 기술가치 금액 대비 대출액을 현재 60% 수준에서 100%까지 늘릴 방침이다. 1000억원 규모로 조성되는 기술금융지원 사모펀드(PEF)에 300억원을 출자해 투자 방식의 기술금융 활성화도 모색할 방침이다. 이는 향후 은행의 새로운 큰 수익원이 될 것이다.”
▷개인 고객층이 경쟁 은행들보다 얇지 않나.
“은퇴금융시장에 지난해 본격 진출했다.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연금을 받거나 고정 수입이 있는 사람에게 금리를 더 준다. 영업점도 ‘은퇴 영업’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은행 자체적으로 은퇴설계전문가 과정을 개발해 작년에 300여명이 이수했다.
개인 고객에 대한 차별화된 마케팅을 위해 포스트 차세대 시스템도 도입했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정확하게 서비스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활용해 유효고객과 이익고객, 교차판매, 가족거래를 늘려나가겠다.”
▷영업점만 잘한다고 되겠나.
“맞다.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모바일뱅킹이 크게 늘고 있다. 그래서 오는 6월께 ‘IBK 원(ONE)뱅크’ 서비스를 출시한다. 스마트폰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수준의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간단한 자금이체부터 상담, 상품가입까지 스마트폰으로 가능해진다.
환경변화를 고려한 새로운 채널전략 수립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채널의 발전 방향과 함께 채널 간 시너지 창출을 위한 ‘옴니채널’ 전략을 연구 중이다. 6월에 세부추진계획을 마련해 하반기에 본격 실행할 예정이다.”
▷금융업 전반에 대한 신뢰가 많이 약해진 듯 하다.
“우리도 지난해 KT ENS 법정관리 등 악재를 겪었다. 한편으로는 겸허히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됐다. 지난해 금융권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들은 고객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줬다. 신뢰의 핵심은 금융소비자 보호다. 업무 관행을 끊임없이 재점검해 가장 믿음직한 은행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생각이다.”
▷은행업 전반의 수익성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대책은 뭔가.
“문화콘텐츠 산업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관련 산업에 큰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을 보면 문화콘텐츠의 힘을 알 수 있다. 다양한 방법의 자금지원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내년 말까지 문화콘텐츠산업에 대출로 6950억원, 투자로 550억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기획 제작 마케팅 등 단계별로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고 있다. 또 재무상황과 별도로 콘텐츠 특성과 장르별 속성 등을 고려한 기업평가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해외 영업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
“전체적으로 해외 진출을 더 강화해나가야 한다. 올해는 인도 뉴델리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해 영업을 개시할 계획이다. 동시에 여신모니터링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현장중심의 선제적 관리도 강화할 생각이다. 해외지사는 사고에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해외영업도 한국 중소기업의 성장 지원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다. 영업 방식도 획기적으로 바꿔 현지 기업과 고객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내년엔 글로벌 100대 은행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다.”
▷남은 임기 동안 하고 싶은 제일 큰 과제는.
“격의 없이 소통하는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37년 은행원 생활 동안 가장 잘한 것이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찰스 다윈은 ‘변화에 가장 민감한 종(種)이 살아남는다’고 했다.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최후에 승리하는 조직은 서로 협력하는 조직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작년 기술신용대출 실적 1위
벤처금융팀 신설…인력 2배로
소통하는 기업문화 목표
협력하는 조직이 최후 승리
직원 의견 따르면 더 좋은 결과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2013년 12월 국내 최초의 여성 은행장 탄생 스토리를 전하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보수적인 문화가 지배적인 은행의 경영을 여성이 해낼 수 있을까 하는 편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1년여가 지난 지금 권 행장은 자신만의 색깔과 리더십으로 우려를 씻어내고 순항 중이다.
권 행장은 어쩔 수 없이 유약해 보이기 쉬운 여성성을 어머니들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친근함과 포근함으로 발전시켰다. 또 부드럽다가도 필요할 때는 강한 뚝심을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권 행장을 공개석상에서 여러 차례 칭찬한 것도 이처럼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준 덕분이란 분석이다.
▷취임 후 행내에서도 ‘여성 행장’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대외 네트워크가 약하지 않으냐, 은행에 어려운 일이 닥칠 경우 헤쳐나가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등의 얘기를 들었다. 은행 일이 행장 혼자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은행장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 직원들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기업은행에는 8000여명의 임직원이 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나면 은행장 혼자 결정하는 것보다 좋은 결과가 나온다.”
▷지난 1년간 가장 중점을 뒀던 일은.
“기본이 강한 은행을 만드는 일이다. 은행의 기본은 성장성과 건전성, 수익성을 굳건히 다지는 일이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익이 따르지 않는, 단순히 외형만 키우는 성장은 지양하고 기본을 더 탄탄하게 닦는 사업에 중점을 뒀다.”
▷기본을 닦는 사업이란.
“중소기업 지원이다. 우리의 핵심 역량은 중소기업금융이다. 첫 번째 소임도 중소기업을 키우고 지키는 일이다. 중소기업금융도 더 세밀하고 창의적인 서비스가 요구되고 있다. 만족스럽진 못하지만 어렵고 힘든 기업의 우산을 뺏지 않고 더 큰 우산으로 시름을 덜어주기 위해 나름 노력했다. 덕분에 중소기업금융시장에서 1위 위상을 확고히 다졌다.”
▷올해 중소기업 지원 계획은.
“작년보다 1조5000억원 늘린 41조5000억원을 지원한다. 중소기업 설비투자 지원을 확대하고 차별화된 기술금융 기반을 마련할 생각이다. 중소기업 시설투자 지원에 12조원, 중소·벤처기업의 성장기반 구축에 10조원을 배정했다. 창업 및 차세대 잠재고객 발굴과 소기업 및 영세 소상공인 발굴에는 각각 9조3000억원과 8조2000억원을 준비했다.”
▷요즘 기술금융이 화두다.
“은행장 취임 전인 2013년 7월에 이미 IB본부 내에 기술평가팀이 신설됐다.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가 지난해 기술신용대출 실적 1위로 이어졌다. 이 추세를 올해도 이어나갈 계획이다
▷기술금융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
“지난달 벤처금융팀을 신설했다. 초기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이다. 11명이던 기술평가 전문인력도 두 배로 늘렸다. 자체 기술평가 모형을 개발해 제대로 한번 해볼 생각이다. 기술보증기금과 협약을 맺고 기술가치 금액 대비 대출액을 현재 60% 수준에서 100%까지 늘릴 방침이다. 1000억원 규모로 조성되는 기술금융지원 사모펀드(PEF)에 300억원을 출자해 투자 방식의 기술금융 활성화도 모색할 방침이다. 이는 향후 은행의 새로운 큰 수익원이 될 것이다.”
▷개인 고객층이 경쟁 은행들보다 얇지 않나.
“은퇴금융시장에 지난해 본격 진출했다.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연금을 받거나 고정 수입이 있는 사람에게 금리를 더 준다. 영업점도 ‘은퇴 영업’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은행 자체적으로 은퇴설계전문가 과정을 개발해 작년에 300여명이 이수했다.
개인 고객에 대한 차별화된 마케팅을 위해 포스트 차세대 시스템도 도입했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정확하게 서비스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활용해 유효고객과 이익고객, 교차판매, 가족거래를 늘려나가겠다.”
▷영업점만 잘한다고 되겠나.
“맞다.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모바일뱅킹이 크게 늘고 있다. 그래서 오는 6월께 ‘IBK 원(ONE)뱅크’ 서비스를 출시한다. 스마트폰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수준의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간단한 자금이체부터 상담, 상품가입까지 스마트폰으로 가능해진다.
환경변화를 고려한 새로운 채널전략 수립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채널의 발전 방향과 함께 채널 간 시너지 창출을 위한 ‘옴니채널’ 전략을 연구 중이다. 6월에 세부추진계획을 마련해 하반기에 본격 실행할 예정이다.”
▷금융업 전반에 대한 신뢰가 많이 약해진 듯 하다.
“우리도 지난해 KT ENS 법정관리 등 악재를 겪었다. 한편으로는 겸허히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됐다. 지난해 금융권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들은 고객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줬다. 신뢰의 핵심은 금융소비자 보호다. 업무 관행을 끊임없이 재점검해 가장 믿음직한 은행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생각이다.”
▷은행업 전반의 수익성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대책은 뭔가.
“문화콘텐츠 산업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관련 산업에 큰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을 보면 문화콘텐츠의 힘을 알 수 있다. 다양한 방법의 자금지원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내년 말까지 문화콘텐츠산업에 대출로 6950억원, 투자로 550억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기획 제작 마케팅 등 단계별로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고 있다. 또 재무상황과 별도로 콘텐츠 특성과 장르별 속성 등을 고려한 기업평가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해외 영업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
“전체적으로 해외 진출을 더 강화해나가야 한다. 올해는 인도 뉴델리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해 영업을 개시할 계획이다. 동시에 여신모니터링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현장중심의 선제적 관리도 강화할 생각이다. 해외지사는 사고에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해외영업도 한국 중소기업의 성장 지원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다. 영업 방식도 획기적으로 바꿔 현지 기업과 고객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내년엔 글로벌 100대 은행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다.”
▷남은 임기 동안 하고 싶은 제일 큰 과제는.
“격의 없이 소통하는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37년 은행원 생활 동안 가장 잘한 것이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찰스 다윈은 ‘변화에 가장 민감한 종(種)이 살아남는다’고 했다.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최후에 승리하는 조직은 서로 협력하는 조직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