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카메라 회사 캐논은 지난달 28일 작년 순이익이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는 실적을 내놨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애널리스트와 증시의 반응은 떨떠름했다. 8600억엔의 사내 유보금을 갖고서도 신규 사업 확장이 지지부진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캐논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기업 인수합병(M&A)을 발표했다. 세계 최대 네트워크 카메라(CCTV카메라)업체인 스웨덴의 엑시스커뮤니케이션을 3300억엔에 인수하기로 했다.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은 “나를 돈만 쌓아 놓는 경영자로 오해하는 것 같다”며 “물밑에서는 늘 M&A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이어 CCTV사업까지…캐논 '끝없는 변신'
○M&A 통해 신사업 확장 지속

캐논이 M&A를 통한 신사업 확장에 나서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휴대폰의 등장으로 기존 주력사업이었던 디지털카메라 사업만으로는 성장세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937년 설립된 캐논은 1960년대 세계 카메라시장 선두 기업으로 부상했다. 이후 필름카메라에서 디지털카메라로 전환되던 2000년대 초반 경쟁사인 코닥, 올림푸스 등이 주춤하는 사이 시장을 확대하며 2003년 디지털카메라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카메라뿐 아니라 프린트 등 사무기기 부문 사업도 확대하며 고속 성장의 ‘쌍두마차’를 형성했다. 2003년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6%에 달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캐논에 시련이 닥쳐왔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13년 전 세계 디지털카메라 출하 대수는 8100만대로, 2010년(1억4500만대)보다 44% 감소했다. 2008년 3091억엔이었던 캐논의 순이익도 2012년 2245억엔으로 쪼그라들었다.

캐논은 디지털카메라 시장 축소를 예견하고 2010년 당시로서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였던 1000억엔에 네덜란드 상업 인쇄기 제조업체 오세를 사들였다. 2011년에는 5개년 중장기 경영계획을 발표했다. 유럽의 상업인쇄와 미국의 의료기기, 일본 내 카메라·사무기기를 중심으로 지역별로 사업을 분담하는 3각 체제를 구축했다.

○네트워크 카메라 시장 3년 후 3조엔

캐논은 지난해 7월 네트워크 카메라 시스템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일스톤시스템스를 인수했다. 캐논이 신성장 동력으로 네트워크 카메라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로부터 6개월 후 엑시스커뮤니케이션을 인수했다.

전 세계 네트워크 카메라 시장 규모는 1조6000억엔(관련 기기 포함)으로, 2018년에는 3조엔에 이를 것으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캐논의 현재 네트워크 카메라 부문 매출은 20억엔으로, 엑시스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하면 단숨에 800억엔으로 늘어난다. 캐논은 2016년 이 부문 매출이 1000억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캐논이 신규 사업에서 성공을 자신하는 것은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캐논은 지난해 미국 특허청 특허 등록 건수에서 미국 IBM과 삼성전자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