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수주 발목잡는 현대重 노사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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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산업부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수주 가뭄보다 더 두려운 게 노사 갈등입니다.”
현대중공업 경영진이 말하는 최대 고민이다. 한국 조선업의 맏형 격인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3조2000억원의 사상 최대 적자를 냈고, 19년 연속 무분규 기록도 깨졌다.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2014년 임금 단체협상도 표류 중이다.
지난달에는 희망퇴직 시행에 대한 반발로 사무직 노조까지 생겼다. 1987년 이후 첫 복수노조 체제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마무리된 대의원 선거에서 전체 175명 중 강성 성향이 120여명이나 당선됐다. 회사의 추가 구조조정 계획이 담긴, 출처와 진위를 알 수 없는 ‘괴문서’까지 돌고 있다.
조선업 시황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고꾸라진 뒤 회복하지 못했다. 현대중공업의 조선 부문 수주잔량(일감)은 2008년 말 최고점 대비 40%가량 쪼그라들었다. 그동안 에너지 시추 및 저장 설비인 해양플랜트 공사로 일감을 메워왔지만 저유가 탓에 해양플랜트 발주마저 뚝 끊겼다.
노사가 손을 맞잡아도 모자랄 판에 노사 간 불신의 벽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회사의 한 고위 간부는 “100% 발주에 의존하는 조선업은 전 세계가 무대라 경기 흐름과 맞물려 가는데 노조는 업종마저 다른 현대자동차 노조원들과 임금 수준을 맞춰달라고 고집하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했다.
반면 노조 관계자는 “이제 회사가 무슨 말을 해도 노조원들이 믿지 않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반발했다.
국내 조선 빅3가 만드는 배는 한 척당 최소 2000억원짜리다. 배를 주문하는 선주들은 단지 배를 만드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약속한 날짜에 배를 인도받을 수 있을지 노사문화까지 꼼꼼히 들여다본다. 울산 조선소 인근에 상주하고 있는 외국 선주 사이에선 이미 “이러다 2년 뒤에 제대로 배를 받을 수 있겠냐”는 걱정 섞인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어려운 외부환경 속에서 대우조선해양이 24년 연속 무분규를 기록하며 지난해 사상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실적을 달성한 것은 현대중공업 노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보라 산업부 기자 destinybr@hankyung.com
현대중공업 경영진이 말하는 최대 고민이다. 한국 조선업의 맏형 격인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3조2000억원의 사상 최대 적자를 냈고, 19년 연속 무분규 기록도 깨졌다.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2014년 임금 단체협상도 표류 중이다.
지난달에는 희망퇴직 시행에 대한 반발로 사무직 노조까지 생겼다. 1987년 이후 첫 복수노조 체제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마무리된 대의원 선거에서 전체 175명 중 강성 성향이 120여명이나 당선됐다. 회사의 추가 구조조정 계획이 담긴, 출처와 진위를 알 수 없는 ‘괴문서’까지 돌고 있다.
조선업 시황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고꾸라진 뒤 회복하지 못했다. 현대중공업의 조선 부문 수주잔량(일감)은 2008년 말 최고점 대비 40%가량 쪼그라들었다. 그동안 에너지 시추 및 저장 설비인 해양플랜트 공사로 일감을 메워왔지만 저유가 탓에 해양플랜트 발주마저 뚝 끊겼다.
노사가 손을 맞잡아도 모자랄 판에 노사 간 불신의 벽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회사의 한 고위 간부는 “100% 발주에 의존하는 조선업은 전 세계가 무대라 경기 흐름과 맞물려 가는데 노조는 업종마저 다른 현대자동차 노조원들과 임금 수준을 맞춰달라고 고집하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했다.
반면 노조 관계자는 “이제 회사가 무슨 말을 해도 노조원들이 믿지 않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반발했다.
국내 조선 빅3가 만드는 배는 한 척당 최소 2000억원짜리다. 배를 주문하는 선주들은 단지 배를 만드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약속한 날짜에 배를 인도받을 수 있을지 노사문화까지 꼼꼼히 들여다본다. 울산 조선소 인근에 상주하고 있는 외국 선주 사이에선 이미 “이러다 2년 뒤에 제대로 배를 받을 수 있겠냐”는 걱정 섞인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어려운 외부환경 속에서 대우조선해양이 24년 연속 무분규를 기록하며 지난해 사상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실적을 달성한 것은 현대중공업 노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보라 산업부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