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정·관계와 관광업계 인사 등 1400여명이 다음주 서울에 온다. 12~14일 한국에서 열리는 ‘한일우호교류행사’ 참석을 위해서다. 자민당에서 친한파로 꼽히는 니카이 도시히로 총무회장(일본 전국여행업협회장)과 에사키 데쓰마 부간사장 등이 눈에 띈다. 이들은 우리쪽 관광업계 관계자들과 여행업상담회, 관광교류확대회의 같은 행사를 함께 연다.

이들의 방한은 지난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니카이 회장의 합의에 따른 것이다. 2015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에 맞춰 양국 간 우호증진을 위한 교류행사를 한국에서 열자고 뜻을 모았다고 한다. 대규모 방한단이 구성된 데는 일본 취항 25년을 맞는 아시아나의 숨은 노력이 적지 않았다. 공식 외교관계가 완전히 동결된 듯한 상황에서 항공권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등으로 기업이 민간외교에 나선다는 게 쉽지만도 않을 것이다.

정부가 자신의 책무를 방기하니 민간이 나선 셈이다. 온갖 난관을 뛰어넘으며 평화공존과 선린관계를 확대해나가는 게 외교일 것이며, 외교안보는 정부의 역할 중에서도 중차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일 외교에서 우리 정부는 몇 년째 어디를 헤매고 있는지 당최 알 수가 없다. 물론 아베 정부의 역사인식과 퇴행적 행보의 문제점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오류를 바로잡도록 유도하고, 때로는 그런 오류까지 극복해 나가는 것도 외교의 영역이다.

일본이 역사인식 오류의 깊은 수렁에 빠져 있듯이 한국도 과거문제에서 발을 빼지 못하고 있다. 기업 차원의 협력은 대환영이다. 박삼구 회장 등 관계자들의 노고도 컸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관계 정상화에 나설 때다. 양국의 정치인들이 진실에 직면할 자신이 없고, 손을 내밀 용기가 없는 것은 아닌가. 이는 역사에 큰 오류를 덧대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정부가 안 움직이니 기업이라도 나서야 하는 이런 상황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