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은 IT강국? 착각이었다
컨설팅 전문기업 액센츄어가 ‘산업 사물인터넷(IoT)으로 승리하는 법’이라는 보고서에서 IoT를 산업 제반 요인에 반영시킨 정도를 55가지 지표로 측정한 결과 한국은 52.2점으로 주요 20개국 중 12위에 그쳤다고 한다. 미국이 64점으로 가장 높았고 스위스(63.9), 핀란드(63.2), 스웨덴(62.4), 노르웨이(61.8점) 등의 순이었다. IoT는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번 분석은 한국 IoT가 시작부터 선진국들에 뒤처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IoT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한국은 클라우딩에서도 밀린다. 소프트웨어연합(BSA)이 2013년 세계 ICT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한 24개국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7개 정책 환경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8위에 그쳤다. 일본이 1위였고, 호주(2위), 미국(3위)이 뒤를 이었다. 빅데이터는 순위를 따질 것도 없이 국내 데이터 분석 시장규모가 작은 데다 기술적 발전도 더디다는 게 냉정한 평가다. 당장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부터 길러야 할 판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그토록 자랑하던 인터넷 속도 등 인프라는 어떤가. 클라우드 기업 아카마이의 최근 인터넷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인터넷 최대 평균 접속속도가 74.2Mbps로 1위 홍콩(84.6Mbps), 2위 싱가포르(83Mbps)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발표하는 ‘ICT 발전지수’에서도 한국은 덴마크에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내려앉았다. 믿었던 인터넷 속도 등 IT 인프라도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일본, 중국은 5세대 통신에서는 아예 한국을 따라잡겠다고 난리다.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앞섰다고 생각한 인프라에 취해 SNS나 게임에 열을 올리며 세계적 IT강국이 된 듯 착각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제는 인프라에서도 1위 자리를 내주고, 심지어 게임마저 중국 등 경쟁국에 밀리는 판이다. 광적인 소비자, 혹은 왜곡된 여론이나 전파하는 오용자였을 뿐이었다는 것이 민얼굴이다.

이쯤 되면 한국은 IT강국이라는 말을 더는 못한다. 아니 IT강국이었던 적이 없었다고 하는 게 더 옳다. IT 하드웨어만 해도 핵심 부품·소재는 여전히 일본 등 해외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소프트웨어(SW)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운영체제(OS)를 봐도 남의 잔치일 뿐 우리는 아직도 빌려쓰는 처지다. 여기에 IT보안, 핀테크 같은 IT융합까지 비교하면 우리는 선진국과 경쟁이 안 되는 수준이다. 이대로 가면 선진국을 따라잡기는커녕 중국에 밀리는 것도 시간문제다. 과감한 규제개혁 등 IT정책의 일대 전환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