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 M320 블루텍 엔진
메르세데스 벤츠 M320 블루텍 엔진
흔히 식물의 잎이나 줄기 색을 보다 선명하게 만들기 위해 요소 비료를 사용한다. 요소를 한자로 표기하면 ‘뇨소(尿素)’가 되는데, 여기서 ‘뇨(尿)’는 사람을 포함한 동물의 소변을 의미한다. 어릴 적 어른들이 텃밭에 소변을 보며 비료를 주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도 요소의 이런 역할 때문이다.

요소를 소변에서 처음 분리한 사람은 1773년 프랑스의 화학자 일레르 마랭 루엘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1828년 독일 화학자 프리드리히 뵐러가 탄소 성분이 없는 무기물질에서 요소를 최초로 합성했다. 지금이야 액상 암모니아에서 대량으로 생산하지만 당시로선 신선한 발견에 속했다.

갑자기 자동차에서 요소 얘기를 꺼내든 건 최근 주유소 곳곳에 내걸린 ‘요소수 판매’ 간판 때문이다. 휘발유나 경유를 판매하는 주유소에서 생뚱맞게 요소수를 판매한다니 의아할 수 있지만 특히 디젤차에서 요소수의 역할은 매우 긴요하다.

기본적으로 디젤 엔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배출 물질이다. 그중에서도 시커먼 매연과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발암 물질 질소산화물 감소를 위한 노력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질소산화물은 공기에 반응해 이산화질소로 변하는데, 여기에 물이 섞이면 산성비가 된다. 산성비는 산림의 사막화를 초래하고 물고기가 살지 못하는 죽음의 호수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니 질소산화물 배출을 최대한 줄이는 게 관련 업계의 과제다.

[AUTO] 소변으로 자동차 배출가스 줄이는 시대 오나
요소와 물이 섞인 요소수는 이 같은 디젤차의 질소산화물을 제기하는 데 효과적이다.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분리하는 역할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질소산화물 등을 선택적으로 무해한 물질로 바꾼다고 해서 선택적 촉매 환원장치(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줄여서 SCR로 불리는 시스템에 필수 항목이다.

일반적으로 요소수는 한 번 뿌려지면 사라지는 소모품이다. 크기마다 소모량이 다르지만 대형 상용차는 경유 사용량의 5~6%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올해 9월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배출 기준을 충족하려면 사용량은 8~9%까지 오른다. L당 1000원 정도에 공급되고 있다. 기름값 외에 추가 비용이 들어가지만 SCR 적용이 엔진 효율을 높인 만큼 결과적으로 큰 부담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대형 상용차에서 시작된 SCR이 최근 승용차까지 내려왔다. 그렇게 보면 앞으로 디젤 승용차 운행자도 예비 워셔액처럼 요소수를 트렁크에 싣고 다녀야 할 수도 있다. 지금이야 적용 차종이 많지 않아 ‘요소수’ 개념 자체가 생소하지만 환경을 위해 적용이 확산되면 그렇다는 말이다. 이때 갑자기 요소수가 떨어지면 어떻게 할까? 자동차 응급 처치법으로 소변 받아 요소탱크를 채우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까? 텃밭에 비료처럼 주던 소변이 자동차에 긴요하게 쓰일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아 보인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