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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야쿠자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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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천자칼럼] 야쿠자 100년
    50여년 전인 1963년 12월8일 일본 도쿄의 한 나이트클럽. 화장실 입구에서 거구의 남자와 청년 사이에 시비가 붙었다. 시비는 곧 싸움으로 번졌다. 그러다 뺨을 한 대 맞은 청년이 칼을 꺼내 남자의 배를 찔렀다. 쓰러진 남자는 일본 프로 레슬링계의 전설 역도산, 가해자는 야쿠자 조직원이었다. 역도산은 7일 뒤 숨졌고, 야쿠자는 7년형을 살았다.

    야쿠자 세계에서 칼부림은 흔한 일이지만 역도산이 워낙 유명했기에 당시 언론은 이를 집중 보도했다. 그 바람에 칼을 휘두른 야쿠자도 일약 거물이 됐고 만기출소 후 자기 이름의 분파조직을 만들었다. 이런 야쿠자 조직원이 10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들 대부분은 3대 조직인 야마구치구미(山口組), 스미요시카이(住吉會), 이나가와카이(稻川會) 소속이다.

    가장 큰 조직은 야마구치구미다. 일본 경시청 집계만 1만6000여명으로 고베가 본거지다. 1915년 고베항 폭력 집단으로 출발해 1960년대에 도쿄까지 장악했다. 이 조직이 그저께 고베에서 10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해외 언론들의 야쿠자 특집이 이어졌다. 경제 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이 조직의 작년 수입은 800억달러(약 86조5840억원)로 글로벌 기업 히타치(작년 959억달러)에 이어 일본 매출 8위 규모다.

    뉴스위크와 산케이신문은 100년 생존의 비결로 현대 기업의 경영 모델을 도입한 점을 꼽았다. 실제로 이들은 연예기획사와 부동산 투자 등 합법적인 사업까지 펼치고 있다. 야마구치구미 3대 보스가 세운 연예기획사는 당대 최고 인기 스타들을 거느리고 있다. 에도시대에도 가부키나 순례공연을 후원했으니 폭력조직과 연예계의 결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긴 하다. 싼값에 부동산·주식·미술품을 사들였다가 지하 시장에서 비싸게 되팔고, 부실 채권 정리업에 뛰어들며 인터넷 기업까지 운영한다.

    마약은 잘 건드리지 않는다고 한다. 중국 산허후이(三合會)나 이탈리아 마피아, 러시아 마피아, 미국 갱단 등이 총기나 마약 때문에 치명타를 입는 것과 대조적이다. 야마구치구미의 또 다른 얼굴은 ‘사회 공헌’이다. 마약 추방 운동을 벌이고 불우이웃을 도우면서 동네 청소 이벤트도 자주 펼친다. 재난이 발생하면 자위대보다 먼저 달려가 현장을 챙긴다. 주먹만 쓰는 게 아니라 가슴도 머리도 쓴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음지에서 뺏고 양지에서 선심 쓰는 전략이랄까. 이런 것까지 100년 생존의 숨겨진 노하우라고 하기엔 어째 입맛이 좀 쓰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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