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신 뒤 두통엔 타이레놀 먹지 마세요
일반인들이 흔하게 먹는 일반의약품 중 하나가 진통제다. 운동 후 근육통에서부터 두통·치통·생리통·복통·관절통까지 통증만 생기면 진통제를 찾는 사람들이 꽤 많다.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진통제는 크게 두 종류다. 타이레놀(얀센)·게보린(삼진제약)·펜잘큐(종근당) 등과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와 애드빌(화이자)·아스피린(바이엘)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이부프로펜 계열의 소염진통제다.

요즘 약국가에선 진통제 시장을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1994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뒤 수년간 1위를 수성해 온 타이레놀에 맞서 2013년 말 국내에 들어온 애드빌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1984년 미국에서 출시된 애드빌은 60년 역사의 타이레놀을 따돌리고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연간 매출만 1조원이 넘는다. 애드빌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종전까지 시장을 장악했던 아세트아미노펜 계열과 새로운 이부프로펜 계열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이 둘은 성분 차이만큼 작용하는 방식·효과·부작용이 모두 다르다.

타이레놀·게보린·펜잘큐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해열진통제는 두통·치통·생리통뿐만 아니라 근육통·관절통·요통 등에도 효과가 있다. 일부는 카페인이 들어 있는 품목도 있다. 카페인은 머리의 중추신경 혈관을 수축시켜 두통을 빠르게 해소시키지만 한계점을 넘으면 오히려 두통이 더 심해지고 만성두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문동언 문동언마취통증의학과의원 원장(전 서울성모병원 통증센터장)은 “카페인이 든 진통제를 7일 이상 먹는 것은 좋지 않다”며 “만성두통이 지속될 때는 카페인이 없는 진통제가 좋고, 한 달에 하루 이틀 두통이 있을 때는 카페인이 있는 진통제가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애드빌 등 이부프로펜 계열의 소염진통제는 적정 복용량을 지키면 다른 성분의 진통제보다 효과가 더 빠르다. 이 약의 효능에 대해 제약사 측은 “두통·감기로 인한 발열 및 통증, 근육통·치통·골관절염·생리통 등에 효과가 빠른 소염진통제”라며 “보통 15분이면 진통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타이레놀은 간에서 흡수되기 때문에 술을 먹은 후 생기는 두통에는 쓰면 안 된다. 알코올도 간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급성 약물 중독이 생길 수 있다. 이때는 애드빌을 먹는 게 낫다. 다만 매일 석 잔 이상 술을 마시는 사람은 애드빌을 먹어도 위장출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약사와 상담 후 복용해야 한다.

반면 애드빌은 신장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신장 질환자는 피하는 것이 좋다. 타이레놀 등 해열진통제는 음식물과 함께 섭취하면 흡수력이 떨어지므로 공복 시 섭취하는 것이 좋고, 애드빌과 같은 소염진통제는 식후 30분 후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