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정책들이 그렇듯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에도 말이 많았다. 정책 당국자들이 어디에 장단 맞춰 춤춰야 할지 모를 정도다. 기존의 배출권 구입비용 부담을 토로하는 산업계의 반발은 물론이고, 막상 시장이 열리니 거래가 부진하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배출권 거래가 첫날만 반짝하고 계속 지지부진하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그렇다면 탄소배출권의 활발한 거래와 온실가스 저감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 상관이 없다. 명색이 시장이니까 거래가 활발하면 좋겠지만, 온실가스 저감과는 별개다. 시장의 실패도 아니다.

부진한 거래는 제한된 시장참여자 자격 때문이기도 하다. 유럽에서 거래의 97%나 차지하는 배출권 기반 파생상품 거래비중 역시 한국 시장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제한들은 투기세력의 개입 및 시장교란을 억제한다는 명목으로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사항이었다.

산업계에선 최근의 신·증설이 배출권 할당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반발이 많다. 최근 온실가스 증가에 맞춰 할당량을 늘려달라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할당량을 늘려달라는 주장이지만, 결국에는 할당이 공평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어차피 배출권 총량은 제한돼 있으므로, 내가 적게 받았다고 항의하는 것은 곧 다른 업체의 할당량을 뺏어 와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한국의 대부분 산업들은 아직 성장하는 추세이므로, 최근 성장세를 반영해도 오히려 상대적 비율로 결정되는 개별기업의 할당량은 줄어들 수도 있다. 또 산업계는 천문학적인 부담이 예상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비싼 값에 사는 사람이 있으면 시장에 배출권을 파는 측에서는 반대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보는 것이지 않은가.

정부는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편집증까지 보인다. 양적 통제를 목적으로 한 배출권거래제에 t당 1만원이라는 가격 통제까지 더하려고 한다. 이 경우 배출권은 저렴하지만 진열대에 존재하지 않는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제과점 빵과 다를 것이 없다. 배출권거래제의 본질은 가격은 놔두고 총량만을 통제하는 것으로, 기왕 탄소세가 아닌 배출권거래제를 채택한 이상 정부의 개입은 양적 측면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맞다. 물론 다른 국가들에서도 가격상한은 존재하나, 비상식적 수준에서의 가격(유럽은 100유로)을 통제하고자 함이지, 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가격 언저리에서 상한을 설정하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선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려면 결국 생산라인을 멈춰야 한다는 말도 한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배출권 구입비용은 산업계뿐 아니라 국민도 함께 부담하는 비용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국민 개개인이 배출권 거래를 할 순 없기 때문에, 생산자 단계에서 대표로 거래제에 참여함으로써 그 비용이 자연스럽게 ‘온실가스 방출’을 소비하고 있는 일반 국민에게도 분담되는 것에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산업을 키우는 저탄소 녹색성장은 부차적인 정책효과로서, 배출권 구입 부담을 줄이는 과정에서 기술혁신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우리는 항상 최선을 추구하지만, 차선도 생각해야 한다. 제도에 흠이 발견돼도 제도 자체를 죽이는 것보다는 건설적인 조언과 장기적 관점에서 진행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덧붙여 배출권거래제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서는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고 불필요한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 여러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려다 보면 저절로 당국자의 손이 근질근질해질 테지만 말이다. 그러면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유종민 < 홍익대 경제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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