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미래…그래도 기업의 예측이 중요한 이유
사업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미래 준비 활동도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고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디지털카메라를 먼저 개발하고도 경쟁에서 밀린 노키아와 코닥 사례에서 보듯이 미래 준비에 적극적이었던 기업들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세상이 급박하게 변화하고 있다. 장기 예측보다는 기업의 당면 현안과 단기 실적 위주의 전략에 매몰되기 쉬운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다수의 해외 기업들은 ‘미래를 움직이는 표적’이라는 관점에서 미래 예측 활동을 적극 수행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새로운 혁신의 계기를 마련하고 혁신 전략의 방향성을 수립하거나, 혁신을 가로막는 기존 고정관념에 반기를 드는 데 미래 예측 결과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 사용 환경 변화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차세대 제품 개발을 촉발시키는 것이다. 일례로 필립스는 사용자 경험, 문화 및 트렌드, 사회 패러다임 변화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미래 가전제품의 콘셉트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인텔은 미래의 컴퓨팅 활용상에 대한 예측을 공상과학(SF)소설 형태로 제시해, 내부 개발자들이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 미래 컴퓨터의 기능, 용도를 전향적으로 고민하게 자극하고 있다.

둘째, 산업 리더십 강화 목적으로도 미래 예측 결과가 활용될 수 있다. 특히 다양한 신기술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전자·정보기술(IT)산업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미래 비전과 기술 전략을 적극 공개해 우군을 확보하고 산업 주도권을 쥐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는 미래의 컴퓨터 사용 시나리오를 2011년에 미래 비전(future vision)이라는 인터넷 동영상으로 공개하여 주목을 받았다. 인텔의 개발자회의(IDF)나 애플의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도 이런 맥락에서 열린다고 볼 수 있다.

셋째, 불확실한 사업 위험들의 예측과 대응을 위해서도 미래 예측이 필요하다. 미래 예측이 전사 위기관리시스템과 연계하여 리스크 발생 가능성과 영향력을 모니터링하는 데 활용되는 것이다. 1970년대부터 시나리오기법을 사용해온 셸이 대표적이다. 셸은 미래 발생 가능한 다양한 사건을 시나리오로 작성해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셸이 2000년대 초반 청정 에너지 분야 사업을 남보다 빨리 진행할 수 있었던 계기도 친환경 트렌드 부상을 시나리오 분석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궁극적으로 사업 영역이나 사업 모델 자체를 바꾸는 사업 변신에도 미래 예측이 활용될 수 있다. 미래 예측 결과는 사업 변신 전에 경영층의 위험 신호 민감도를 높이고, 사업 전환의 유용한 나침반으로서 작용할 수 있다. 일례로 지멘스는 1990년대 후반 지나친 다각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계기로 1999년부터 현재까지 사업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이때 도시화, 글로벌화, 기후변화, 인구변화 등 글로벌 트렌드에 대응해 인프라, 산업, 에너지, 헬스케어 등으로 기존 사업들을 재편했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했다. 동일한 미래를 예측해도 한 기업은 기회로, 다른 기업은 위기로 볼 수 있으며, 대응 전략이 같아도 경영진과 조직 역량에 따라 결과가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미래 예측 프로세스의 엄정함보다는 미래인식, 전략수립, 전략실행의 연계를 통한 유연한 대응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장기 트렌드 변화에 중점을 두면서 다양한 중단기 시나리오를 수립해 전략적 민첩성을 높이고 위기 대응력을 제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성낙환 < 책임연구원 nakhwans@lger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