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와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22일), 그리고 그리스 총선거(25일). 글로벌 금융시장의 향방을 가를 대형 이벤트가 줄줄이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5일 스위스중앙은행의 전격적인 최저환율제 폐지로 스위스프랑화가 급등하고 유로화가 급락하면서 금융시장은 이미 예측불허의 살얼음판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주 베일 벗는 국제 금융시장 3大 이벤트
○유로존, 최대 1조유로 돈 풀 듯

최대 관심은 오는 22일 열리는 ECB의 올해 첫 통화정책회의다. ECB는 이번 회의에서 국채 매입을 통한 전면적인 양적 완화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의 관심은 이미 양적 완화 시행 여부가 아니라 규모와 내용에 쏠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의 국채매입 규모가 최소 5000억유로에 달할 것”이라며 “ECB가 국채매입 부담을 각국 중앙은행으로 분산하는 절충안을 검토 중”이라고 18일 보도했다. 이는 ECB의 국채 매입에 회의적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달래기 위한 포석이라고 FT는 설명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도 최신호에서 “ECB의 양적 완화 규모가 최소 2500억~1조유로에 달할 것”이라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회원국 중앙은행들이 자국 국채를 국가부채 총액의 20~25% 선에서 매입하도록 하는 방안을 ECB가 제시했다”고 전했다. ECB 통화정책위원인 클라스 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장은 “각국 중앙은행이 자국 국채만을 매입 대상으로 삼는다면 원치 않는 재정리스크를 떠안는 위험이 낮아질 것”이라고 해 이 같은 방안의 합의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켄 와트렛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FT에 “양적 완화 프로그램은 ECB와 각국 중앙은행이 원하는 것을 주고받는 것이어서 모두를 만족시키긴 어렵다”고 지적해 갈등 해소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리스 총선 앞두고 ‘뱅크런’ 조짐

25일 그리스 총선도 유로존 전체를 위기로 끌고갈 수 있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여론조사 결과대로 급진좌파 야당인 시리자가 승리해 집권할 경우 외채 탕감과 재정긴축 철회를 요구하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시리자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공약은 철회했지만 이 같은 정책을 고집하면 탈퇴카드가 재부각되고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등 재정 취약국도 부채 탕감에 동조할 수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시리자의 집권을 우려한 예금인출 사태(뱅크런)가 발생해 그리스 4대 은행 중 두 곳인 알파뱅크와 유로뱅크가 ECB에 긴급 유동성 지원(ELA)을 요청했다.

외국 은행들도 그리스에 대한 여신 한도를 줄이며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日 물가 상승률 1%대 초반 예상

일본은행도 20~2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물가 전망치가 계속 낮아져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이번 회의에서 2015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대 초반(소비세 인상분 제외)으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도 지난 12일 발표한 경제 전망에서 2015회계연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4%로 내렸다.

스위스중앙은행의 최저환율제 폐지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고민을 덜어줬다는 분석도 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엔화가치가 올 들어 달러당 3엔가량 상승, 한 달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추가 양적 완화에 나설 명분이 생긴 셈이다.

뉴욕=이심기/도쿄=서정환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