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 "당신은 행복합니까?"
“무엇이 당신을 행복하게 합니까? TV광고 속 최신 핸드폰, 유명 브랜드 자동차를 사면 행복한가요?”

지난 16일 저녁 서울 광운대 동해문화예술관. 작가 알랭 드 보통(사진)은 객석을 채운 2000여명에게 이같은 질문을 던지며 강연을 시작했다. 이 행사는 마이크임팩트가 주최하고 롯데백화점이 후원한 ‘롯데 그랜드마스터 클래스, 생각수업(big question)’으로 16~17일 양일간 열렸다. 알랭 드 보통 외에 철학자 강신주, 광고인 박웅현, 소설가 김영하 등 총 14명이 인문학 강의를 진행했다.

‘왜 우리는 불안한가’란 주제로 강연에 나선 알랭 드 보통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예를 들었다. “그는 돈과 명예를 좇던 그리스인들에게 ‘행복의 조건’은 그런 것이 아니라며 일침을 날렸습니다. 대신 ‘우정’ ‘자유’ ‘사색’을 꼽았죠. 이것만 있다면 굳이 다른 것은 필요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현대인들이 당시 그리스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는 어떤 것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별 고민 없이 돈을 벌고 이를 쓰는데서 행복을 찾으려하죠. 홍수처럼 쏟아지는 광고가 이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같은 만족은 ‘일시적’일 뿐이에요. 곧 결핍으로 인한 불안으로 이어지게 되죠.”

알랭 드 보통은 ‘교육’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2008년 영국 런던에 ‘인생학교(the school of life)’를 열어 운영하고 있다. 주로 기능적인 부분에 초점을 두는 현 교육 시스템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삶의 의미, 행복, 우울, 죽음, 인간 관계 등 다양한 주제로 철학 수업을 진행한다. 호주, 브라질 등 전세계 8곳에 분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올 상반기 중 한국에도 이같은 시설을 열 계획이다.

사색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현대인이 많은 것은 낮에 너무 바쁘기 때문이에요. 일상 생활에서 대면하지 못한 불안이 밤이 되어야 나타나는 것이죠. 평소에 1분이든 10분이든 시간을 내서 삶에 대해 고민하고 다른 이들과 대화도 해 보세요.”

알랭 드 보통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요인을 좇다보면 새로운 사업 기회도 발굴할 수 있다고 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인간이 느끼는 외로움에 주목해 탄생했습니다. 누군가와 소통하면서 유대감을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죠. 이처럼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회사가 많이 나와 ‘선한 이윤’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자본주의는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생각해본다면 기회는 무궁무진합니다.”

스위스 태생 영국인인 알랭 드 보통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불안’ ‘여행의 기술’ 등 일상의 소소한 주제를 철학적으로 풀어쓴 책은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