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중국의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 발표를 계기로 중국의 경기 둔화가 다시 국제 금융시장의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추정에 따르면 4분기 경제성장률은 7.2%(전년 동기 대비)로 5년 반 만의 최저치였던 3분기(7.3%)보다 더 낮아졌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의 관심은 작년 하반기부터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중국 경제가 올해는 반등할 수 있을지 여부다. 중국 정부는 올해 7.0~7.3% 정도의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글로벌 IB들은 △부동산 시장(real estate) △금리 인하(rate cut) △경제 개혁(reform)이 올해 7%대 경제성장률 달성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출은 호조, 부동산이 발목 잡을 듯

[글로벌 컨트리 리포트] 中, 7%대 경제성장 '3대 허들'에 달렸다
중국의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작년 2분기 7.5%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BNP파리바증권은 “제조업과 부동산 투자 등 전통적 성장엔진은 소멸했는데 아직 새로운 성장엔진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정부는 오는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할 예정이다. 중국 내 대다수 전문가는 작년(7.5% 전후)보다 낮은 7.0~7.3% 정도를 제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IB들이 내놓은 전망치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소시에테제네랄과 BNP파리바증권은 6.8%, 골드만삭스와 도이치뱅크는 7.0%를 제시했다. 세계은행과 중국인민은행은 7.1%를 예상하고 있다.

올해 중국의 수출은 작년보다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이 3%대 성장세를 이어가고, 유럽 일본 등도 경기 상황이 호전돼 중국의 수출 여건이 작년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수출만으로 중국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내수 부진이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BNP파리바증권은 부동산 투자 증가율이 작년(1~11월) 11.9%에서 올해는 7.0%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도이치뱅크도 “정부의 부양책이 부동산 가격의 구조적인 하락 추세를 돌리지는 못할 것”이라며 “부동산 부문 투자 부진이 올해 성장률 둔화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준율·기준금리 추가 인하 주목

[글로벌 컨트리 리포트] 中, 7%대 경제성장 '3대 허들'에 달렸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도 올해 중국 경제가 적잖은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작년 12월 열린 중앙경제정책회의에서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신축적인 통화 정책으로 안정 성장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따라서 올해 중국이 7%대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중국 정부의 정책 대응에 달려 있다.

재정 정책의 경우 중국 정부는 작년 11월 7개 분야에서 총 7조위안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자금 집행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2011년까지 20%대에 달하던 세수 증가율이 지난해 8.3%로 떨어졌고, 지방정부의 재정 사정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중국 정부가 과거와 같은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구사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관건은 통화 정책이다. 인민은행이 향후 언제, 어느 정도로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지에 따라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달라질 전망이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작년 7월 무렵부터 틈만 나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인민은행이 작년 11월에야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국무원(중앙정부)과 인민은행 간의 인식 차이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시 주석이 참석한 작년 중앙경제정책회의에서 통화 정책 기조를 “너무 느슨하지도 않고, 너무 긴축적이지도 않게 하겠다”고 정리함에 따라 인민은행이 향후 추가적인 통화 완화 정책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기와 폭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골드만삭스는 올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지준율을 0.5%포인트 정도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도이치뱅크는 상반기 두 차례 지준율 인하와 2~3분기 중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를 점쳤다. 아울러 내년에도 지준율과 기준금리가 두 차례씩 인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컨트리 리포트] 中, 7%대 경제성장 '3대 허들'에 달렸다
개혁과 성장률 사이 ‘외줄타기’

인민은행이 추가 통화 완화 정책 카드를 꺼내들 경우 낮아지던 성장률이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올해 8~9%대의 성장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경기를 견인하는 모습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시진핑 정부는 그동안 경기 하강 우려가 사그라지면 바로 정책 기조를 경기부양 모드에서 개혁 모드로 전환했다. 따라서 올해도 경기 둔화 우려가 어느 정도 가시면 각종 개혁 정책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시 주석은 올해 초에도 “2015년은 개혁의 결정적 시기”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지난해 그림자금융과 지방정부 부채 문제에 대한 개혁에 나섰다. 올해는 예금금리 자유화, 국유기업 지배구조 개편, 기업공개(IPO)제도 개선, 각종 가격규제 완화 등을 실행에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개혁 드라이브가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관건이다. 중국 정부가 그리는 그림은 이 같은 개혁 정책을 통해 금융업을 비롯한 서비스업을 활성화시켜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이다. 중국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46.1%(2013년 기준)로, 선진국(70~80%)은 물론 세계 평균(65%)에도 못 미친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개혁 정책은 단기적으로 성장률 둔화를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각종 개혁 정책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올해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5%대 후반에 그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올 한 해만 놓고 보면 인민은행의 통화 완화 정책에 따라 4분기로 갈수록 성장률이 높아지겠지만 정부의 개혁 정책으로 일부 성장 정체 현상이 나타나는 ‘비스듬한 W자형’ 성장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