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눈물바다 된 금감원 임원 퇴임식
지난 16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1층 로비. 수백여명의 임직원들로 꽉 들어찼다. 권인원·허창언·김진수 부원장보와 최진영 전문심의위원 등 금감원 임원 4명의 퇴임식이 열린 자리였다. 이날 퇴임식은 당초 예정에 없었지만 “퇴임 임원들에 대한 예우를 갖추라”는 진웅섭 금감원장 지시에 따라 긴급히 마련됐다는 후문이다.

퇴임식은 조촐했다. 물러나는 임원들은 진 원장과 서태종 수석부원장을 비롯한 임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꽃다발도 받았다. 그리고 로비에 나온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수십년간 함께 일했던 직원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박세춘 부원장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진 원장의 속내는 복잡해 보였다. 퇴임식이 끝난 후 퇴임 임원들이 탄 차가 금감원 입구를 떠날 때까지 한참을 바라보기만 했다. 대폭 물갈이 임원 인사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생긴 마음속의 무거운 돌을 아직도 내려놓지 못한 듯 보였다.

진 원장은 이를 지켜보던 기자에게 “먼저 물러난 (조영제·박영준) 부원장 두 분도 퇴임식을 열어드렸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워 했다.

이번 금감원 인사에서 9명의 부원장보급 임원 중 6명이 교체됐다. 앞서 3명의 부원장도 모두 바뀌었다. 금감원에 남은 임직원들은 씁쓸해하는 분위기다. 이번에 물러난 부원장보 모두 임기(3년)를 채우지 못해서다. 작년 4월 임명돼 1년도 안돼 자리를 내놓은 사람도 있다. “집 한 채가 재산의 전부인데…” “아직 자식 학비도 대야 하는데…”라는 연민 섞인 말들도 오갔다.

이전에는 금감원 임원은 퇴직 후에도 갈 곳이 많았다. 각 금융 관련 협회 부회장 자리와 금융회사 감사 자리가 그들을 기다렸다. 지금은 아니다. 강화된 공직자윤리법 적용을 받아 3년 동안은 재취업할 곳이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임원으로 승진하지 말고 직원으로 정년퇴직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말들이 나돈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무리하게 퇴임 임원을 민간 금융회사에 보내면서 지금의 상황을 자초했다”면서도 “금감원 인력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창민 금융부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