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에서 '해적'이 된 남자 강정호…'니시오카의 악몽' 지워라
日 최고 선수들도 실패한 빅리그
아시아 야수에 대한 불신 넘어야


지난 시즌 넥센 히어로즈를 사상 첫 한국시리즈 무대로 이끈 강정호가 마침내 빅리그 꿈을 이루게 됐다.

미국 프로야구(MBL) 피츠버그 파이리츠 구단은 현지시간으로 16일 강정호와 '4+1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강정호가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고 홈 PNC 파크에서 방망이를 들고 포즈를 취한 사진도 구단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지난 14일 피츠버그에 도착한 강정호는 15일 신체검사를 받았고, 의료진은 이날 구단에 합격을 통지했다. 이로써 강정호는 한국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최초의 야수가 됐다.

피그버그의 주전 유격수 조디 머서와의 경쟁에 대해서 MLB.com은 "강정호와 머서의 경쟁은 수비에서 판가름날 것이다"며 "강정호는 자신의 수비범위에 대한 우려를 매우 강한 어깨로 상쇄한다"고 전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 역시 "메이저리그서 강정호의 성공을 확신하는 건 강한 어깨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강정호의 강한 어깨와 빠른 송구 동작은 국내 최고로 정평이 나 있다.

물론 경쟁은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 최고의 2루수였던 니시오카 츠요시도 처절한 실패를 경험한 곳이 메이저리그이기 때문이다. 김태균의 지바 롯데 시절 동료였던 니시오카는 일본 국가대표 2루수로도 활동해 국내 야구팬들에게 낯설지 않은 얼굴이다. 호타준족에 넓은 수비범위가 니시오카의 트레이드마크였다.

하지만 빅리그에서의 니시오카는 다른 사람이었다. 거친 태클과 빠른 타구에 적응하지 못했고 타격도 형편 없었다. 결국 이는 수비 위축으로 이어져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치욕적인 평가까지 듣고 미네소타 산하 트리플A 팀 로체스터 레드윙스로 강등됐다.

당시 ESPN은 일본 출신 야수들을 향해 "이곳에 온 용기는 가상하지만 실력을 키워야할 것"이라며 혹평을 내놓기도 했다. 이치로 스즈키와 마쓰이 히데키를 제외하고 아시아 출신 야수의 성공신화는 메이저리그에서 없었다. 수비보다 공격력을 더 높게 평가받은 강정호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다.

강정호는 주 포지션인 유격수 외에도 내야 전 포지션을 수비할 수 있는 만능 요원이기에 피츠버그로서는 활용도가 높다. 다만 피츠버그의 3루엔 '슈퍼 유틸리티'로 불리는 조시 해리슨이 있기에 머서와의 경쟁에서 밀릴 경우 닐 워커와 2루수 경쟁을 벌이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 야구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강정호는 계약이 발표된 이후 "메이저리그 도전을 승낙해 준 넥센 구단에 감사를 드린다"며 "매우 흥분되고 최고의 동료가 있는 팀에 합류해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준비가 됐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에서 달던 등번호 16번 대신 27번을 달고 뛰게 되는 강정호의 계약 총액은 미국 언론을 통해 알려진 대로 1600만 달러. 4년 계약 후 구단이 2019년 옵션을 행사하는 조건까지 추가해 최대 계약 기간은 5년이다.

CBS 스포츠의 칼럼니스트 존 헤이먼과 MLB 닷컴 피츠버그 담당 기자인 톰 싱어는 "강정호가 5년째인 2019년 바이 아웃 옵션 100만 달러를 포함해 총 1100만 달러를 보장받고, 구단의 옵션 행사로 계속 파이리츠에 남을 때 500만 달러를 더 받는 조건"이라고 전했다. 바이 아웃은 구단의 계약 해지에 따라 선수가 받는 금액이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