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이주열 한은 총재
저유가도, 미국 경제 회복세도 ‘3% 중반의 벽’을 깨진 못하는 걸까. 15일 한국은행이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4%. 기획재정부(3.8%)와 전문가의 예상을 크게 밑돈다. 2010년(6.5%) 이후 5년째 4%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작년 4분기의 내수 충격이 올해 경제의 출발선 자체를 후퇴시켰다.

예상을 밑돈 전망치

지난해 상반기까지도 한은은 올해 성장률이 4%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로 소비가 싸늘하게 식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2015년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4월(4.2%) 이후 7월(4.0%) 10월(3.9%)로 가면서 계속 내리막길을 탔다.

4분기 성장률 1%→0.4% 뚝…경기회복 급제동
이날 제시된 전망치는 여기서 0.5%포인트나 더 떨어진 것이다. 0.2~0.3%포인트 수준의 하향을 예상하던 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한은이 추정한 작년 성장률은 3.3%였다. 즉 올해 성장률이 작년보다 불과 0.1%포인트 회복될 것이란 의미다. 한은의 성장 전망은 기획재정부(3.8%)와 한국개발연구원(KDI·3.5%) 전망치와 비교해도 낮다.

연말 경기의 충격

작년 연말 경기가 문제였다. 신운 한은 조사국장은 “작년 4분기 성장률을 1.0%(전기 대비)로 봤는데 0.4%로 추정된다”며 “올해 성장률을 0.4~0.5%포인트 낮추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총액이 예상보다 작으면, 올해 분기별로 1%씩 꼬박꼬박 성장해도 연간 GDP 총액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세월호 충격의 한가운데 있었던 작년 2분기 성장률이 0.5%였다. 4분기 성장률이 이보다도 낮았던 첫 번째 원인은 소비였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으로 가계의 통신소비와 관련 기업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정부의 세수 부족 탓에 정부의 건설투자가 위축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물론 단통법과 세수 부족 문제는 일시적인 요인에 불과하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올해 성장률에 근본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따로 있다. 신 국장은 “세계 성장률에 비해 교역 증가율이 높지 않은 데다 국내 수출 역시 부진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수출기업의 핵심 기지인 중국이 중계무역과 가공무역 비중을 줄여가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저유가로 국민소득은 도움

다만 한은은 ‘특별히 비관적인 전망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올해 미국 경제가 대폭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최근 유가 하락은 한국 경제에 호재다. 수입물가를 낮추고 교역조건을 향상시켜 국민소득에 도움이 된다.

한은은 올해 국내소득(GDI) 증가율이 3.9%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경상수지 흑자는 전년(900억달러)을 웃도는 940억달러로 다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기존 3.5%에서 2.6%로 낮췄지만 이 역시 지난해 추정치(1.7%)보다는 높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망치를 기존 5.9%에서 6.0%로 높였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럼에도 올해 물가가 1%대 상승에 그칠 것이라는 게 한은의 전망”이라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계속될 수 있다”고 봤다.

정부는 한은의 성장률 하향에 대해 수긍하면서도 3.8% 성장률 전망을 유지하겠다는 견해다. 기재부 관계자는 “작년 3분기에 정부의 재정 투자가 많았기 때문에 4분기는 상대적으로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12월 이후 휴대폰 판매량이 다시 늘고 있고 예산도 증액된 점을 강조했다. 이주열 총재는 “기업 투자를 늘려 소득과 소비를 늘리는 선순환이 해답”이라며 다시금 구조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유미/김우섭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