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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현실과 동떨어진 변호사업계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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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병훈 지식사회부 기자 hun@hankyung.com
    [취재수첩] 현실과 동떨어진 변호사업계 인식
    요즘 서초동 개업 변호사를 사석에서 만나면 업계 불황 얘기가 한 번은 나온다. 연간 배출 변호사 수가 2000명에 이르면서 한정된 일감을 쪼개고 쪼개다보니 이제는 사무실 운영비 대기도 어려워졌다는 하소연이다. 이런 위기감을 반영하듯 최근 끝난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의 최대 이슈도 업계 불황이었다. 선거에 나온 대다수 후보가 연간 배출 변호사 수 감축을 경쟁적으로 내세웠고 하창우 회장 당선자도 마찬가지였다. 하 당선자는 현재 2000명 수준인 연간 배출 변호사 수를 1000명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유권자가 원하는 바를 파악하고 실행하는 건 선출된 대표자의 기본 책무다. 그러나 냉정한 현실 인식과 시대 변화에 맞는 비전 또한 필요하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의 도입과 연간 배출 변호사 수 증가는 한국 사회의 수년간 진통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이를 원래대로 돌려 연간 배출 변호사 수를 줄이려면 당장 여론과 정부를 설득해야 하고 나아가 법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변호사업계 바깥에서는 이에 대한 공감대가 거의 없다. 연간 배출 변호사 수 증가를 ‘고쳐야 할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 대한변협이 그리는 ‘과거로의 회귀’는 솔직히 비현실적이다.

    위철환 현 회장도 이 같은 공약을 했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이 변호사 9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위 회장의 지난 2년의 성과에 대해 54명(56.8%)이 ‘보통’이라고 답했다.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지만 달리 이룬 것도 없다”는 게 다수의 반응이었다. 지나치게 무리한 공약을 내걸었던 게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변호사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지금까지 변호사는 ‘소송을 수행하는 사람’으로서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소송 대행은 앞으로 변호사가 하게 될 업무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 변호사를 공급하자는 게 로스쿨 도입을 골자로 하는 새 변호사 양성 시스템의 취지다. 사회 곳곳에 뿌리 내린 변호사들은 한국 사회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것이다. 변화의 흐름을 따라 다른 직종이나 해외로 진출하는 등 진취적으로 나서는 게 법률시장 위기에 대처하는 현명한 자세다.

    양병훈 지식사회부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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