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통상임금 판결은 법원마다 제각각이어서 무엇이 정의로운 판결인지 이미 실종 상태다. 2013년 12월 대법원이 전원합의를 거쳐 통상임금 판단 기준을 제시한 이후에도 ‘오락가락 판결’이 계속되고 있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볼 것이냐가 최대 논란거리인데 최근의 판결 18건 가운데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본 판결이 4건, 아니라고 본 경우가 14건이었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례에도 불구하고 일선 법원들이 제멋대로 판결을 내리면서, 상급법원으로의 송사만 계속되고 있다. 통상임금 소송이 최대 6000건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있다.

동일한 사건은 동일한 판결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 보편법정의 이념이다. 그런데 재판부의 재량이 법치를 압도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멋대로’ 판사들이 ‘마음대로’ 재판하는 상황이라면 누가 어디서 판결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보편법정의 이념을 설파했던 볼테르가 지금 한국의 법정을 어떻게 볼 것인가.

실망을 주기는 변호사들도 마찬가지다. 엊그제 하창우 변호사가 대한변호사협회 차기회장에 당선됐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현재 2000명 수준인 연간 배출 변호사 수를 1000명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이왕에 변호사 자격증을 딴 사람들의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것인데, 아무리 협회라고 하지만, 변협 회장 후보가 내건 공약 치고는 걱정스럽다. 변협은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집단이요 회원에 대한 처벌권 등 공적 권한까지 행사하고 있다. 사법개혁에 대해 언급하긴 했다. 상급법원 설치 반대, 검찰평가제 도입 등을 언급했지만 방점은 엉뚱한 곳에 찍혔다. 그가 내건 사법시험 존치 공약은 변호사 수 축소와 맞물려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전관예우에 대한 비판조차 전업변호사들의 이권수호처럼 들릴 지경이다.

법조삼륜이 모두 헛바퀴를 돌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나라에서 법치주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과연 무엇으로 나라의 기초를 삼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