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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공자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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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천자칼럼] 공자학원
    “공자학원(孔子學院)은 중국의 것일 뿐 아니라 세계의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소 강조하는 말이다. 공자학원이란 중국 교육부가 세계 각국 대학과 협력해 중국 문화나 중국어 등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을 말한다. 2004년 서울에 처음 설립한 데 이어 123개국 475곳으로 늘렸다. 유럽이 158곳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미국(152곳)이다. 각국 초·중학교에 설치된 ‘공자학당(교실)’ 730곳까지 합치면 1200곳이 넘는다. 여기서 교육받은 학생만 345만여명이다.

    중국은 반중 정서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소프트외교 전략으로 공자학원을 활용하면서 매년 거금을 투입하고 있다. 공자학원 설립 때 100만달러(약 10억원)를 주고 매년 10만~15만달러의 운영자금을 지원한다. 대학들도 중국어 강좌와 강사 양성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적지 않아 유치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대가도 치러야 한다.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대만 독립, 티베트·신장위구르 문제 등 중국이 금기시하는 사안을 건드리기 어렵다. 공자학원 공동 운영자이면서도 중국의 허락 없이 인사에 개입할 수 없다. 이런 문제 때문에 지난해 미국 시카고대, 펜실베이니아대에서는 공자학원을 퇴출시켰다. 캐나다 맥매스터대도 그랬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는 공자학원이 미국 대학의 학문 자유를 침해한다며 청문회까지 열었다.

    미국과 캐나다의 또 다른 우려는 안보불안이다. 공자학원이 순수하게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전파하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일방적인 주장을 선전하면서 스파이 노릇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 보안정보국은 “중국 공산당이 서방에 침투시킨 ‘트로이 목마’”라고 표현했다.

    엊그제 스웨덴 스톡홀름대가 공자학원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10년 전 유럽에 처음 설립된 것이어서 상징성이 크다. 중국 외교부는 “각국의 중국어 및 중국문화 학습 수요에 따라 교사와 교재 등을 지원하고 있을 뿐 학술적 자유를 간섭한 적이 없다”고 말하지만 세계의 반감은 줄지 않고 있다. ‘차이나머니’를 앞세워 학계에까지 공세를 펴 온 중국의 ‘공자외교’가 역풍을 맞는 형국이다.

    공자어록을 자주 인용하는 시 주석은 지난해 7월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이라고 했다. 자기가 원치 않는 것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는 뜻이다. 공자학원이 세계의 것이라고 아무리 떠들어도 모두가 싫다는데야 어쩌겠는가.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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