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약해진 20대…"노력해도 미래 없다" 57%
한국의 20대 청년 가운데 모든 국민이 고르게 잘살 수 있도록 부(富)의 분배가 공평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0명 중 2명에 불과했다. 스스로를 ‘세계의 시민’이라고 생각하는 20대는 80%를 웃돌았지만 정작 외국인 노동자를 이웃으로 삼고 싶다는 답은 60%에 그쳤다.

LG경제연구원은 13일 한국과 중국, 일본, 독일, 미국 등 5개국의 20대 가치관을 7가지(자율 및 동조, 여가, 부, 신뢰, 글로벌 마인드, 양성평등, 과학 친화)로 나눠 분석한 ‘글로벌 5개국 20대의 가치관 비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20대는 우리 사회의 부가 불평등하게 분배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2010~2014년 진행된 설문에서 ‘부가 모든 사람에게 충분할 만큼 늘어난다’는 의제에 긍정적인 답변(1~10점 중 8~10점에 응답)을 한 한국 청년은 22.1%에 불과했다. 24.1%를 기록했던 5년 전 조사(2005~2009년)보다 2%포인트 떨어졌다. 중국 20대의 38.9%는 같은 질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5개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도 2005~2009년 조사 당시(51.0%)보다는 크게 하락했다.

‘열심히 일하면 생활이 나아진다’는 문항에는 한국 청년의 43.0%만이 긍정적으로 답해 중국 (54.3%), 미국(46.3%)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은복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 사회에서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한국 20대의 생각”이라며 “그 결과로 우리 사회에서 ‘다 같이 잘살 수 있다’는 인식도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20대는 자신이 글로벌 시민이라고 여기는 비율은 높지만 실생활에서는 여전히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생각을 갖는 양면적인 모습을 보였다. ‘나는 스스로를 세계의 시민으로 생각한다’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대답한 20대 비율은 한국이 82.8%로 5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외국인 노동자와 살고 싶으냐’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한 사람은 61.0%에 불과했다. 중국이 89.9%로 가장 높았고, 미국(88.6%) 일본(80.1%) 등이 뒤를 이었다.

또 한국 청년들은 자율성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창조적인 생각을 하고 자기 방법대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항목에 74.4%가 ‘나와 비슷하다’고 답했다. 이는 중국(67.9%), 일본(45.9%)보다는 높고, 독일(79.1%), 미국(71.6%)과 비슷한 수준이다. 서구 사회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동양인은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시한다는 통념이 요즘 20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을 피하고, 항상 올바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제에는 70.3%가 긍정적으로 답해 다른 4개국보다 응답률이 높았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