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동 경리단길에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특색 있는 음식점과 카페가 많다. ‘중국 본토의 맛’을 내세우는 쓰촨요리 전문점 연화방도 그중 하나다.

연화방은 맵고 짠 음식으로만 인식돼 있는 쓰촨요리를 제대로 선보이자는 취지에서 한중문화센터와 현지 유명 음식점인 ‘청두인샹(成都印象)’이 함께 지난해 1월 문을 연 곳이다. 청두인샹은 중국 베이징, 상하이 등에서 40여개 쓰촨요리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인 셰프 세 명이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 미리 예약한 코스 요리를 부탁하자 셰프들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쓰촨요리는 베이징·상하이·광둥 요리와 함께 중국 4대 요리로 꼽힌다. 짜장면 탕수육 등 흔히 떠올리는 중식은 베이징·광둥요리가 한국에 맞게 현지화된 것이다. 국내에 쓰촨요리를 선보이는 곳은 흔치 않다. 쓰촨요리 하면 생각나는 음식도 마파두부 짬뽕 외에는 그리 많지 않다. 혀를 얼얼하게 마비시키는 듯한 매운맛이 쓰촨요리의 특징이다. 후허핑 연화방 대표 셰프는 “쓰촨 지역은 바다가 멀고 더위와 추위가 심해 향신료를 많이 쓴 요리가 발달했다”며 “매운맛 외에 시큼한 맛, 쓴맛, 단맛, 짠맛, 얼얼한 맛 등을 다채롭게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 나온 것은 ‘사천식 마늘 고추기름소스 소고기’였다. 고추기름, 다진 마늘, 화지아오(花椒)로 불리는 산초가 들어갔다. 둥둥 떠 있는 기름기 탓에 느끼하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담백했다. ‘화~’한 맛이 한식의 매운맛과는 다르지만 묘하게 중독성이 있다. 다음은 ‘향라 새우’였다. 새우와 고추를 튀긴 후에 각종 향신료, 소스와 함께 볶아냈다. 퍼석퍼석하지 않고 부드러운 맛이 인상적이다. 여전히 혀끝은 얼얼하다. 마파두부는 중간에 식지 않도록 작은 화로 위에 나왔다.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그동안 맛본 마파두부와는 다르다. 후 셰프는 “익숙한 메뉴지만 흔하지 않은 맛을 지닌 반전 메뉴”라고 했다.

매운맛에 몸이 달아오를 때쯤 최근 이곳의 최고 인기 메뉴로 떠오른 ‘베이징덕’이 나왔다. 밖에 있는 화덕에서 숯불로 직접 구워냈다. 7년간 베이징덕 손질만 했다는 전문 셰프가 눈앞에서 네모난 칼로 능숙하게 껍질과 살코기를 발라낸다. 바삭한 껍질을 소스에 찍어 오이 양파와 함께 전병에 싸 먹었다. 남은 뼈는 잘게 썰어 매콤한 튀김을 만들어 주는데 살코기가 붙어 있어 술안주로 제격이다. 화덕에 100분가량 구워내므로 하루 전 예약하는 것이 좋다.

연화방의 주 고객은 30~50대 남성이다. 중국에 출장이나 여행을 갔다가 경험한 쓰촨요리의 ‘얼얼한 맛’을 잊지 못한 이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글=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 사진=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