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명품 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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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영화 ‘국제시장’의 파독 광부 면접장. 쌀 가마니를 힘겹게 들어올리며 “잡지 마이소!”를 연발하더니 이내 주저앉고선 “아직 (바닥에) 안 닿았습니다!”를 외쳐대는 오달수. 우여곡절 끝에 주인공을 따라 서독으로 가면서 “돈 때문이 아니고 백마(백인여성) 때문”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그는 이 작품에서도 온갖 감초 유머로 재미와 활기를 불어넣으며 명품 조연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영화 ‘괴물’의 목소리 출연부터 ‘올드보이’의 인신매매범, ‘방자전’의 마영감까지 시대와 장르를 넘나들며 거의 모든 배역을 소화하는 만능 배우다.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는 40편, 1000만명이 넘게 본 흥행대작도 3편이나 된다. 이번 영화로 드디어 누적 관객 1억명 돌파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 어떤 톱스타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오달수 말고도 멋진 연기로 관객을 울리고 웃기는 조연은 많다. 요즘 웬만한 흥행작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곽도원, 마음씨 좋은 아저씨 타입에 능청연기가 압권인 김상호, 10년 무명시절을 견디고 솟아오른 박성웅, 엄청난 덩치로 경찰이나 건달 역을 도맡아온 마동석, ‘끝까지 간다’ ‘박수건달’ 등의 조진웅, ‘변호인’ ‘골든 타임’ 등의 이성민…. ‘왕의 남자’와 ‘타짜’ ‘해적’ 등에서 명연기를 펼친 유해진과 어느 작품이든지 생명력을 불어넣는 배성우도 ‘초특급 조연’이다.
여배우 중에서는 단연 라미란이 최고로 꼽힌다. ‘국제시장’에서도 덕수 고모 역으로 눈물샘을 자극했고 ‘워킹걸’ ‘피끓는 청춘’, 드라마 ‘마녀의 연애’ ‘막돼먹은 영애씨’ ‘아이언맨’에서도 이름을 날렸다. 할리우드 영화에도 빛나는 조연은 수두룩하다. 항상 악역으로 나오는 숀 빈, 목소리가 매력적인 대니얼 크레이그, 뚱뚱하고 넉넉한 인상의 대니 드 비토 등은 흥행 보증수표다.
흔히 조연을 약방의 감초라고 하지만 요즘 같아서는 감초가 아니라 산삼이라 불러야 할 판이다. 이들 대부분은 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었다. 잠깐 등장하더라도 그 장면에서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하는데 그 정도 되려면 연극판에서 실력을 닦은 정통 연기파여야 하기 때문이다.
뛰어난 조연에게는 명품 대접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인식은 아직도 주연 중심이다. 일본만 해도 오다기리 조나 쓰마부키 사토시 같은 톱스타들이 기꺼이 조연으로 출연한다. 그런 배우들이 늘어날수록 영화계도 발전한다. 정치나 경제, 교육 분야에서는 더 그렇다. 모두가 ‘주연이 되라’고 등 떠미는 사회에서는 건강한 조연들이 성장하기 어렵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그는 영화 ‘괴물’의 목소리 출연부터 ‘올드보이’의 인신매매범, ‘방자전’의 마영감까지 시대와 장르를 넘나들며 거의 모든 배역을 소화하는 만능 배우다.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는 40편, 1000만명이 넘게 본 흥행대작도 3편이나 된다. 이번 영화로 드디어 누적 관객 1억명 돌파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 어떤 톱스타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오달수 말고도 멋진 연기로 관객을 울리고 웃기는 조연은 많다. 요즘 웬만한 흥행작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곽도원, 마음씨 좋은 아저씨 타입에 능청연기가 압권인 김상호, 10년 무명시절을 견디고 솟아오른 박성웅, 엄청난 덩치로 경찰이나 건달 역을 도맡아온 마동석, ‘끝까지 간다’ ‘박수건달’ 등의 조진웅, ‘변호인’ ‘골든 타임’ 등의 이성민…. ‘왕의 남자’와 ‘타짜’ ‘해적’ 등에서 명연기를 펼친 유해진과 어느 작품이든지 생명력을 불어넣는 배성우도 ‘초특급 조연’이다.
여배우 중에서는 단연 라미란이 최고로 꼽힌다. ‘국제시장’에서도 덕수 고모 역으로 눈물샘을 자극했고 ‘워킹걸’ ‘피끓는 청춘’, 드라마 ‘마녀의 연애’ ‘막돼먹은 영애씨’ ‘아이언맨’에서도 이름을 날렸다. 할리우드 영화에도 빛나는 조연은 수두룩하다. 항상 악역으로 나오는 숀 빈, 목소리가 매력적인 대니얼 크레이그, 뚱뚱하고 넉넉한 인상의 대니 드 비토 등은 흥행 보증수표다.
흔히 조연을 약방의 감초라고 하지만 요즘 같아서는 감초가 아니라 산삼이라 불러야 할 판이다. 이들 대부분은 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었다. 잠깐 등장하더라도 그 장면에서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하는데 그 정도 되려면 연극판에서 실력을 닦은 정통 연기파여야 하기 때문이다.
뛰어난 조연에게는 명품 대접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인식은 아직도 주연 중심이다. 일본만 해도 오다기리 조나 쓰마부키 사토시 같은 톱스타들이 기꺼이 조연으로 출연한다. 그런 배우들이 늘어날수록 영화계도 발전한다. 정치나 경제, 교육 분야에서는 더 그렇다. 모두가 ‘주연이 되라’고 등 떠미는 사회에서는 건강한 조연들이 성장하기 어렵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