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모 물결 >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시 시민들이 7일(현지시간) ‘내가 샤를리다(Je suis Charlie)’라는 피켓을 들고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총격으로 사망한 12명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마르세유AP연합뉴스
< 추모 물결 >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시 시민들이 7일(현지시간) ‘내가 샤를리다(Je suis Charlie)’라는 피켓을 들고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총격으로 사망한 12명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마르세유AP연합뉴스
프랑스 잡지사 총격 테러사건 용의자들의 신원이 밝혀졌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은 7일(현지시간) 시사 주간지 ‘샤를리 엡도’의 파리 사무실에 침입해 총기를 난사한 용의자 3명 중 하미드 무라드(18)는 자수했고, 사이드 쿠아치(34)와 셰리프 쿠아치(32) 형제는 도주했다고 보도했다. 세 사람은 모두 프랑스 국적으로 지난해 여름 시리아에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셰리프 쿠아치는 2008년 이라크 내 반군 모집을 도운 혐의로 기소돼 징역 18개월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져 이슬람 과격 단체와의 연계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AP통신은 이들이 사건 현장에서 “우리는 예멘의 알카에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샤를리 엡도는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을 지속해서 게재한 것 때문에 테러의 타깃이 됐다. 이번 테러로 스테판 샤르보니에 편집장(47)과 만평가 등 언론인 10명과 경찰 2명이 사망하자 프랑스 정부는 8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정하고 파리 전역에 가장 높은 수준의 테러 경계경보를 발령했다. 주요 철도역에 군병력이 배치되고 경찰 7000여명이 추가 투입됐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테러 현장을 찾아가 “어떤 야만적 행위도 언론의 자유를 굴복시킬 수 없다”며 “테러 공격에 맞서 프랑스 국민은 단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프랑스 전역에선 이날 잡지사의 이름을 따 ‘내가 샤를리다(Je suis Charlie)’라고 적힌 피켓을 든 추모객 10만여명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세계 각국의 추모 행렬도 이어졌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은 끔찍한 범죄이자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범행”이라고 비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중요 요소인 언론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테러”라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샤를리 엡도는 다음주에도 잡지를 정상 발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회사 측은 “테러 공격에 굴하지 않고 오는 14일 다음 호를 발행하기 위해 남은 직원들이 곧 모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참사가 유럽 내 반(反)이슬람 정서를 자극해 극우 정당의 세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는 경제성장이 정체되면서 500만명에 달하는 이슬람 이민자들이 프랑스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는 “이슬람 근본주의에 대한 절대적 거부가 분명히 선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