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서버 마비에 가로막힌 '자금줄'
“사장인 저를 포함해 임직원 세 명이 운영하는 신생 회사에서 직원 한 명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며칠 뒤 다시 매달릴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합니다.”(중소기업 사장 A씨)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지난 5일 오전 9시부터 온라인을 통해 정책자금(3조260억원) 융자 신청을 받았다. 접수가 시작되자 순식간에 5484명이 몰렸다. 서버는 곧 마비됐다. A씨처럼 불편을 겪은 기업인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쉽지 않다.

중진공은 이날 홈페이지를 복구했다며 오전 11시와 오후 3시 두 차례 접속이 재개됐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대기 번호만 5만1000번(오후 6시 기준)까지 발급한 상태에서 접수를 마감했다. 자금 신청에 성공한 사람은 1800명에 불과했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온라인 신청 접수를 도입한 지난해 2월에도 3090명이 한꺼번에 접속해 서버가 마비됐다. 신청자들의 편의를 위해 도입한 온라인 신청 시스템이 중소기업인들의 불편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진공 측은 “연초 신청이 몰릴 것에 대비해 대량접속제어시스템 등 대비책을 마련했으나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고 해명했다. 접속자 폭주로 다시 서버가 마비된 것은 불황으로 정책자금을 신청하려는 수요가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게 중진공 분석이다. 정책자금은 신용도가 낮아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기업이 더 많이 신청한다. 신용도보다는 기술성과 사업성을 평가해 지원하기 때문이다. 금리도 연 2.86%로 일반 은행보다 낮다. 작년에 이 자금을 지원받은 중소기업인과 상공인은 1만3931명이었다.

중소기업인들은 올해 경기가 작년보다 더 안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 사정을 사자성어로 답해보라는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에서 지난해 기진맥진(氣盡脈盡)을 꼽은 기업인들이 올해는 필사즉생(必死卽生)을 선택한 것만 봐도 이들의 힘든 처지를 알 수 있다.

중진공은 8일부터 세 차례 지역별로 분산해 온라인 자금 신청을 받는다. 서버 마비로 자금을 신청하지 못한 중소기업인들이 또다시 시간을 허비하고 마음을 다치는 일이 되풀이돼선 안된다.

추가영 중소기업부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