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올해 5000억유로 풀 것"
유럽중앙은행(ECB)이 연내 5000억유로(약 662조7000억원) 규모의 양적 완화를 시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양적 완화가 시행되더라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를 회생시킬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중순 금융권 이코노미스트 3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전망이 나왔다고 5일 보도했다. FT 조사에서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는 ECB의 양적 완화 규모가 5000억유로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일부 응답자는 “1조유로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독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2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언급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문제가 심각해 돈을 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0.3%(연율 기준)까지 떨어진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킷은 올 상반기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0.3%까지 주저앉아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일 독일의 5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사상 처음 마이너스로 떨어져 연 -0.003%를 기록했다. 킷 저커스 소시에테제네랄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국채는 물론 기업 회사채까지 사들이며 양적 완화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르면 오는 22일 열리는 ECB 집행이사회에서 양적 완화 시행이 발표될 것이란 전망이다.

설문에 참여한 32명의 이코노미스트 중 29명은 양적 완화만으론 유로존 경제를 회생시키기 힘들다고 답했다. 구조조정 등 유로존 국가의 체질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외르그 크래머 코메르츠방크 이코노미스트는 “양적 완화가 채무국의 부담을 덜어주긴 하겠지만 고질적인 저성장을 개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유로화 가치에 대해선 18명이 올해 하한선을 유로당 1.20달러로 잡았지만 이날 이미 1.18달러까지 떨어졌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