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칼럼] 산업 생태계는 光速으로 변화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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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경기침체 차원을 넘어
게임의 룰 자체가 바뀐다는 것
규제 혁명 없이 미래는 없다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게임의 룰 자체가 바뀐다는 것
규제 혁명 없이 미래는 없다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유가 급락에 정유산업부터 위기다. 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석유 채굴기술의 발전이다. 세계 에너지시장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 놓고 있는 미국발 ‘셰일 혁명’이다. 싸게 사들인 원유를 정제해 비싸게 수출해온 국내 정유사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 석유화학산업에도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대체에너지 사업에 진출한 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다.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은 산업 전반에 급격한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유통산업의 변화는 드라마틱하다. 소비 채널의 다변화는 빅뱅 그 자체다.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해 거래되지 않는 품목은 이제 거의 없다. 옴니채널 소비는 장소와 시간을 따지지 않는다. 연말 뉴욕에서 들어온 화물 비행기의 화물 절반 이상이 직구제품이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금융산업은 핀테크 열풍에 뒤늦게 당황하고 있다. 1억50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이베이의 페이팔이나 구글 애플과 같은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은 물론이다. 중국의 알리페이나 텐페이도 국내 지급결제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이들과 맞설 국내 기업은 없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앞다퉈 핀테크로 승부를 보겠다고 하지만 허장성세로 비쳐질 뿐이다.
ICT는 자동차산업도 흔들어 놓고 있다. 내주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 CES에 자동차업체들이 총출동한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구글은 며칠 전 무인자동차 시제품을 공개했다. 엔진 없이 가는 자동차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기차 메이커 테슬라가 나스닥에 상장한 건 이미 5년 전이다. 도요타는 지난달 수소연료전지차를 세계 처음으로 출시했다.
IT산업 자체의 경쟁도 좌충우돌로 번지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만 잡으면 되는 줄 알았지 중국의 샤오미라는 무명 기업이 후방을 괴롭힐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오프라인 매장은 없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면 1주일 안에 운용체제에 반영된다. 경쟁의 양상이 딴판이다.
기업 생태계의 변화는 그야말로 빛의 속도다.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도태다. 기업들은 대응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그러나 쉽지 않다. 정부 규제가 여전히 뒷덜미를 잡고 있어서다.
셰일 혁명 통에 정유사들은 유례없는 적자 늪에 빠졌다. 그러면 정유사들이 이익을 남기는 것이 배가 아팠던 ‘묘한 기름값 대통령’과 ‘회계사 출신 장관’이 적자를 메워주기라도 할는지. 기름값을 마구잡이로 L당 100원 끌어내리고, 알뜰주유소를 만들어 시장을 교란했던 그들이다.
유통산업도 마찬가지다. 대형마트 강제 휴무와 신규 점포 개설 제한이라는 불이익에 순응했지만 소비자들은 골목상권이 아닌 해외 직구 사이트로 옮겨 갔다.
핀테크는커녕 관치금융의 늪에서 허덕이는 금융산업이다. 한국 금융산업의 새로운 성장 기회를 핀테크에서 찾겠다는 금융수장의 뒷북 발언을 신뢰하는 금융계 종사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투자은행 육성 구호에 허송세월하던 기억 탓이다.
환경규제, 노동규제, 수도권규제…. 세상은 바뀌는 데 오히려 규제는 늘어만 간다. 기업이 악을 쓰며 반대해도 공무원들은 ‘마이 웨이’다. 규제에 존재감을 느끼는 존재라던가. 그러니 세상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손톱 밑 가시’고 ‘규제 기요틴’이고 말이 필요하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로 넘어가는 2015년이다. 올해 규제 혁명을 이루지 못한다면 한국 산업에 미래는 없다. 시간이 없다.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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