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뼈 굵은 배우 김대명 "날 完生시킨 건 未生"
“직장인들의 삶을 다시 보게 됐죠. 회사원 친구들이 힘들다며 울상 지을 때 ‘월급 꼬박꼬박 받는데 뭐가 힘들까’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들의 일상을 조금 더 깊숙이 들여다본 지금, 회사원들이야말로 진짜 슈퍼맨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출근하고 어떻게든 살아보려 비타민까지 챙겨 먹으며 야근하고 또 술 한잔한 뒤 다음날 새벽 다시 일어나 출근하는 그 보통의 삶이 얼마나 대단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됐죠.”

잔뼈 굵은 배우 김대명 "날 完生시킨 건 未生"
20일 종영하는 tvN 금토 드라마 ‘미생’에서 영업3팀 김동식 대리를 연기한 배우 김대명 씨는 회사원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종합상사 원인터내셔널을 배경으로 직장인의 애환을 그린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인기 드라마 ‘미생’은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지상파를 능가하는 ‘파워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미생’ 성공의 주역 중 한 명인 김씨는 이름과 얼굴은 대중에 덜 알려졌지만 연기력으로는 일찍부터 영화판에서 인정받았다. 이 작품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샐러리맨 김동식과 100% 싱크로율을 과시하면서 디테일한 연기로 찬사를 이끌어냈다. ‘미생’ 촬영 장소인 대우인터내셔널 사옥 1층 커피전문점에서 다른 배우들과 달리 직원 할인을 받은 일화는 유명하다.

“김동식 역에 캐스팅된 이후 가장 먼저 신경 쓴 것은 생활감이었어요. 예를 들어 전화를 받는 신에서 ‘네, 영업3팀 김동식입니다’와 같은 대사가 일단 제 입에 붙지 않으면 보는 사람들도 어색하게 느낄 수밖에 없잖아요. 그 대사를 반복해서 연습하는 등 생활 속에 김동식이 자리잡도록 노력했습니다.”

종합상사를 배경으로 한 탓에 외국어 대사도 자주 등장했다. 일본어와 중국어 대사를 소화한 그는 대본에 외국어 대사가 등장하면 원어민 녹음을 들으며 끊임없이 반복 연습했다.

김씨는 연극, 뮤지컬 무대를 누비다 독립영화 ‘개들의 전쟁’(2012)으로 스크린에 진출했다. 여기서 인상 깊은 연기력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그는 영화 ‘더 테러 라이브’(2013)에서 테러범 목소리 연기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방황하는 칼날’(2014)과 ‘표적’ ‘역린’ 등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했다.

영화에서 주로 강렬한 캐릭터를 맡았던 것과 달리 ‘미생’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을 연기해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김씨는 이제 CF 스타이기도 하다. 첫 CF 경험이 “신기했다”는 그는 사실 집에 TV가 없을 정도로 드라마라는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배우다.

드라마로 인해 누리게 된 폭발적 인기에도 “금세 또 다른 화제작이 등장할 테고, 그때가 오면 관심도 수그러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작품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게 묵묵히 가던 길을 열심히 갈 것”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차기작은 일찌감치 결정됐다. 영화 ‘뷰티인사이드’는 촬영 막바지며 내년 상반기에는 영화 ‘판도라’에서 배우 김남길 김명민 문정희 등과 함께 새로운 배역을 맡을 예정이다.

배선영 한경 텐아시아 기자 sypov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