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 시계산업 역사 새로 쓰는 '손목위의 정밀공학'
‘독일 시계의 자존심’으로 꼽히는 랑에운트죄네의 역사는 184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 작센주 글라슈테에 터를 잡고 특색 있는 시계를 만들며 명성을 쌓았으나, 2차 세계대전 때 생산시설이 폭격을 맞아 파괴되면서 명맥이 끊기는 아픔을 겪었다.

랑에운트죄네는 1990년 독일 통일을 계기로 과거가 아닌 현재의 명품시계로 부활한다. 창업자 페르디난드 A 랑에의 증손자인 발터 랑에는 선대로부터 내려온 시계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그가 혼신의 힘을 다해 공장을 재건하고 연구개발을 한 끝에 새로운 컬렉션이 완성된 것은 1994년, 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이다.

[Luxury &] 시계산업 역사 새로 쓰는 '손목위의 정밀공학'
브랜드 재건 과정에서 가장 큰 과제는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브랜드가 단절되지 않고 계속 이어져왔다면, 이 시대의 랑에운트죄네 시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것이었다. 이들이 찾은 해답은 시장에 대한 이해와 열정적인 사명감을 바탕으로 완성한 디자인이었다.

그해 10월24일 드레스덴궁에서 공개됐던 네 점의 컬렉션은 “기계식 시계의 역사에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단연 돋보였던 모델이자 지금까지 랑에운트죄네의 간판 모델로 꼽히는 시계가 ‘랑에 원(Lange 1)’이다. 시·분침 등이 다이얼(시계판) 중앙에서 벗어나 배치된 비대칭 구조로 유명하고, 손목시계에 대형 날짜 창을 적용한 최초의 모델이기도 하다.

랑에운트죄네는 제품군을 지속적으로 늘려 다섯 가지 컬렉션의 70개 모델을 완성했다. 자체 개발 무브먼트(시계의 핵심 부품인 동력장치) 역시 20년 전 네 개에서 현재는 50개 가까이로 늘었다.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며 현재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는 랑에운트죄네는 독일 공학의 정밀성을 입증하는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선보인 신작들에서도 랑에운트죄네의 기술력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지난해 공개된 ‘그랑 컴플리케이션’은 랑에운트죄네에서 가장 복잡한 손목시계로 알려져 있다. 그랑 소네리, 미니 소네리, 미닛 리피터, 점핑 세컨즈 기능을 탑재한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퍼페추얼 캘린더 등 일곱 개의 고급 기능이 구현돼 있다. 올해도 20년 전 발표했던 초기 모델에서 확장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삼은 신제품을 내놨다. 전통적인 컴플리케이션 워치(여러 기능을 탑재한 고급 시계)에 독자적인 해석을 더한 시계들이 다양하게 출시됐다. 세계 최초의 더블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를 탑재한 시계부터 동력이 최장 31일까지 지속되는 혁신적인 파워 리저브 기능의 시계에 이르기까지 ‘시계산업의 역사를 새로 쓰는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랑에운트죄네 시계 가격은 최저 수천만원에서 시작해 억원대를 넘나든다. 스위스 브랜드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최고급 시계 시장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내세워 탄탄한 입지를 갖췄다. 일반 소비자에겐 아직 발음조차 익숙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이 브랜드가 일반적인 명품시계 수준을 뛰어넘는 위버 럭셔리(초고가 명품)라는 데 이견이 없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