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지역발전특별회계(지특회계)에 사회복지사업 예산이 처음으로 편성됐다. 지역의 자율성을 확대한다는 ‘복지 분권화’ 차원이지만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사업) 등에 이어 향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재정 싸움의 새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앙-지방정부, 또다른 '복지 재정갈등' 부르나
1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 중 일반회계에서 지특회계로 이관된 사회복지 관련 예산은 지역자율형 사회서비스사업(2130억원·보건복지부), 사회적 기업 육성사업(814억원·고용노동부), 지역일자리 창출사업(235억원·행정자치부) 등 총 3700억원가량이다. 지특회계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사업을 위해 중앙정부가 시·도에 내려주는 예산이다. 포괄보조 방식이라 지출한도 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에 사용할지는 지자체장이 선택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자체 사정에 맞게 사업을 편성할 수 있도록 지역의 복지예산 편성권을 높여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떨떠름한 반응이다. 한 지역 도청 관계자는 “복지사업 특성상 앞으로 수요는 계속 늘어날 텐데 문제가 생길 게 뻔하다”며 “중앙정부가 사업만 떠넘겨놓고 나중에 세수 부족을 핑계로 지특회계 규모를 줄이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주요 세입이 주(酒)세인 지특회계 예산은 내년 반짝 늘어나긴 했지만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정체돼 왔거나 오히려 줄었다. 고령화 등 여파로 지방의 복지 수요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상황을 감안하면 추후 지방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후 사업 수요가 커졌을 때 지특회계가 그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 의심의 눈초리가 많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2005년 중앙정부가 복지사업 67개 분야를 지방에 넘기는 대신 분권교부세를 신설해 재원을 마련해주기로 했다가 결국 분권교부세 규모가 치솟는 복지사업 비용을 따라잡지 못해 지방재정 상황이 악화된 일종의 ‘트라우마’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006년부터 올해까지 지방정부의 사회복지 예산은 14.5% 늘었지만 같은 기간 총예산 증가율은 6.2%에 그쳤다.

이재원 부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향후 경제가 어려워져 지특회계 예산도 감소하면 결국 그 부담은 고스란히 지방정부에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법(국가균형발전특별법)은 지특회계 안의 사회복지사업과 지역개발사업 사이 ‘칸막이’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 기재부는 내년 5월까지 편성지침을 만들어 사회서비스 등 복지사업 예산을 다른 지역개발사업에 쓰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제도적 보완 없이는 지자체장의 쌈짓돈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는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더 많은 사회복지사업을 지특회계로 이관해 지특회계 안 ‘사회복지계정’을 신규로 만든 후 계정 밖 다른 지역발전사업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 급증하는 복지사업 때문에 다른 지역개발사업 예산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세종=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