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찬 골프존 회장, "다문화·脫北여성 캐디 채용…일자리 늘려 자립 돕겠다"
전북 고창 아산면에 있는 골프존카운티선운의 캐디 김숙연 씨는 중국 동포 출신이다. 캐디로 일한 지 올해로 6년째.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전업주부로 지내다 캐디가 됐다. 처음엔 중국 동포 특유의 억양이 남아 있어 고개를 갸우뚱하는 골퍼들도 있었으나 지금은 전혀 티가 나지 않는다. 근무 만족도도 높다. 캐디라는 직업의 특성상 만만찮은 육체노동에 감정노동까지 감수해야 하지만 다른 일에 비해 수입이 좋기 때문이다. 겨울철만 빼면 월수입이 400만원에 이른다. 내년 2월부터는 캐디피가 10만원에서 12만원으로 인상돼 월 500만원까지 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골프존카운티선운이 결혼이주여성을 캐디로 고용한 것은 2008년 고창군이 다문화가정의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캐디 양성사업을 벌이면서다. 당시 캐디 지원자 20명의 위탁교육을 맡았던 이 골프장은 교육을 마친 15명 중 8명을 캐디로 채용했다. 나머지 7명은 인근 고창CC에 취직했다.

골프존카운티선운에는 현재 김씨 외에 한족 출신 여성 캐디 1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다문화 여성 캐디 8명 중 6명은 출산, 귀국 등의 사정으로 그만뒀다. 하지만 이 골프장은 매년 겨울 캐디를 모집하면서 다문화가정 여성에게 문호를 열어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우크라이나 출신 여성 3명이 지원해 교육을 받다가 남편의 반대로 중도 하차했다. 이 골프장의 나성주 지배인은 “힘든 일이라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바람에 캐디 공급난이 심각하다”며 “내년 1월에도 캐디 모집공고를 낼 예정인데 다문화가정 여성이 많이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골프존은 다문화가정의 결혼이주여성에 이어 북한이탈주민도 캐디로 채용하기로 했다. 골프존과 골프장 운영 전문기업인 골프존카운티, 남북하나재단(이사장 정옥임)은 지난 8일 북한이탈주민 캐디양성 시범사업을 위한 업무협정을 맺었다. 이에 따라 골프존은 이르면 이달 말부터 탈북자들의 신청을 받아 6개월간 골프 및 캐디 서비스 교육을 한 다음 교육 이수자는 정식 캐디로 채용할 예정이다. 우선 3명으로 시작해 점차 인원을 늘려갈 방침이다.

김영찬 골프존 회장(사진)은 “북한이탈주민의 70%가 여성인데 가장 큰 문제가 일자리”라며 “한 명이라도 제대로 교육시켜 새터민 여성이 남한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좋은 선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익숙하지 않은 탈북자들은 정착금을 다 쓰고 나면 대부분 최저 임금 수준의 빈곤층으로 전락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직업 교육과 일자리 제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캐디 교육을 마친 탈북자들은 골프존이 운영하는 안성(Q, H, W) 고창(선운), 경북 영천(내년 상반기 개장) 등의 골프장에서 일하게 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