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 인사] 스마트폰 실적 악화 '문책', IM-전자계열 십자포화
[ 김민성 기자 ] 삼성그룹이 스마트폰 사업성 악화로 동반 실적 부진에 빠진 전자 계열사 수장을 전면 교체했다. 삼성전자 수익성 악화의 직격탄이 된 IT·모바일(IM) 부문 내 7명 사장 중 4명은 해당 보직에서 해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을 책임지는 사업부 뿐만 아니라 부품 납품으로 연계된 계열사 수장들까지 '십자포화' 문책을 당한 셈이다.

1일 발표된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를 보면 최치준 삼성전기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새 수장은 이윤태 삼성디스플레이 LCD개발실장 부사장이 사장 으로 승진, 내정됐다.

지난 3년간 삼성전기를 이끌어오던 최 사장이 최근 잇단 실적 부진을 책임지고 물러났다는 게 정설이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카메라 모듈 등 부품을 공급해 왔다. 전체 매출의 약 60%가 삼성전자에서 나올만큼 의존도가 컸다.

하지만 최대 납품처인 삼성전자가 연이은 실적 악화에 허덕이자 삼성전기도 연쇄 실적 악화에 시달렸다. 11년 만에 그룹 수뇌부의 경영진단(감사)을 받을만큼 경영 상황이 좋지 못했다.

최 사장은 향후 그룹 내에서 자문역 또는 고문역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의 새 수장은 반도체 전문가인 이윤태 부사장이 선임됐다. 삼성전자 의존도를 줄이고, 독자적 부품사업 역량을 강화하도록 삼성전지를 체질 개선해야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남편인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사장과 임 부사장은 최근 재산 분할 및 자녀 양육권·친권 설정 등 문제를 놓고 법적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 사장 승진을 제외한 부사장 등 임원 보직 인사는 다음 주 발표된다.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배터리 등 소형 전지를 공급해온 삼성SDI의 실적 부진 책임의 화살은 박상진 사장에게 쏠렸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날 사장 인사로 공동대표이사 체제였던 삼성SDI는 조남선 대표 단독 체제로 전환했다.

조 대표는 지난 7월 제일모직과 합병으로 통합 삼성SDI 출범 때 제일모직 대표이사로 공동대표 직에 올랐다. 조 사장은 앞서 삼성전자 LED사업부장과 삼성전자 스토리지 담당 등 소재 파트를 두루 거쳤다.

통합 전부터 삼성SDI 대표로 공동 대표직을 맡았던 박상진 사장은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직으로 자리를 옮긴다. 대외협력 담당 사장은 삼성 관련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새로운 사업 아이템과 매출을 발굴해야하는 자리다.

중요 직책이기는 하지만 정확한 사업 보직이 없어 쉽지 않은 역할이다. 게다가 정부 및 국회 등 대외 기관과 접촉을 해야하는 자리라 운신의 폭이 넓지 못한 자리다. 박 사장이 대외 담당 사장으로 발령나면서 그간 대외협력업무를 담당하던 강호문 부회장도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삼성그룹 내 부회장은 5명에서 4명으로 줄어든다.
유임된 신종균 IM부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한경DB>
유임된 신종균 IM부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한경DB>
삼성전자 수익성 악화 직격탄이 된 IM 부문 내에 7명 사장 중 4명도 보직을 잃을 전망이다. 이돈주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사장과 이철환 무선개발실장 사장, 김재권 무선 글로벌운영실장 사장 등이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무선사업 실적 악화에 대한 문책이라는 해석이다. 홍원표 미디어솔루션센터(MSC)사장도 전사 조직인 글로벌마케팅전략실(GMO)로 보직 변경됐다. 삼성전자 모바일 제품 내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를 개발해온 MSC는 향후 더 낮은 규모의 직제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직 해체설까지 터져나오자 삼성그룹은 "MSC 해체는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로써 7명 IM부문 사장 중 신종균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김영기 네트워크사업부장, 김종호 글로벌기술센터장 등 3명만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다만 "이돈주, 김재권, 이철환 사장에 대한 보직 해임 부문은 결정된 바 없다"며 "다음 주 중 조직 개편에 따른 보직 인사 때 최종 확정된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측도 보직 해임 사장단 규모에 대해 "퇴임하는 분들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확인을 피했다.

삼성전자의 지난 3분기 최종 전사 영업익은 4조600억 원(매출 24조5800억 원)에 그쳤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60%, 전분기보다 44% 급감했다. 지난 2분기 스마트폰 등 무선사업을 책임지는 IT·모바일(IM) 부문이 홀로 기록한 영업익 4조4200억 원에도 못미쳤다.

전사 지표에서 IM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43%로 추락, 50% 벽이 처음 무너졌다. 무선사업부가 1조 원대 후반 영업익을 낸 건 갤럭시S2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풀리기 시작한 2011년 2분기가 마지막이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