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건설 채권단, 김준기 회장 다시 압박…"자구안·사재출연 있어야 1000억 지원"
동부건설 채권단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동부건설에 1000억원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자금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동부건설은 현재 채권단의 요구를 반영한 자구계획을 만들고 있으며 이르면 이번주 전달할 예정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최근 동부건설에 철저한 자구계획을 만들어 오면 1000억원가량의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동부건설은 유동성 악화로 외부의 자금 지원 없이는 채권단 공동관리는 물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동부건설이 확실한 증빙자료를 첨부한 자구계획서와 함께 앞으로 5년 동안 소요될 자금의 50% 이상을 김 회장이나 계열사가 부담하겠다는 서약서를 가져오면 지원 가능하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김 회장의 자금 지원을 강조한 것은 동부건설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동부건설은 자회사인 동부익스프레스와 동부당진발전을 매각하고도 좀처럼 유동성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 9월과 11월에 1344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했고 동부당진발전 매각대금 2000여억원도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 삼일회계법인의 실사에 따르면 독자 생존을 위해서는 최소 1500억원에서 최대 6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동부건설은 1000억원만 빌려주면 된다고 하지만 지금 당장의 얘기일 뿐 자금이 더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회사를 살리기 위해 주인도 희생하겠다는 뜻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동부건설은 주택사업 비중이 작아 추가손실 우려가 적은 반면 수익이 보장되는 관급공사가 많고 부동산 매각 등으로 자금을 추가 확보할 길도 남아 있다.

채권단이 조금만 도와주면 정상화의 기틀을 갖출 수 있는 상황에서 사재출연까지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의 재산 대부분을 이미 담보로 제공한 만큼 추가 지원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해가 가기 전에 교통정리를 하는 것이 불확실성 제거 차원에서 유리하다”며 “이번주 정도면 결론이 모이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