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車판매·금융 '우먼 파워', 한국서 '독보적 질주' 이끌다
지난 4월 메르세데스 벤츠 본사는 한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를 주목했다. 올 1분기에 하나같이 역대 최고 성장률을 기록해서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해 중국 판매량은 52% 늘었고 한국과 일본의 성장률은 똑같이 44%였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뒤 중국과 일본의 성장세는 눈에 띄게 꺾였다. 3분기까지 중국 성장률은 25%로 반 토막 났고 일본 성장률은 12%에 불과했다. 반면 한국은 변함없이 44%의 성장률을 지키고 있다. 전 세계 41개 법인 중 성장률 1위다.

벤츠 車판매·금융 '우먼 파워', 한국서 '독보적 질주' 이끌다
벤츠코리아는 사상 최대 판매량 기록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은 3349대를 판 데 이어 지난 9월 다시 3538대를 판매해 신기록을 세웠다. BMW 독주 체제였던 한국에서 2년9개월 만에 1위 자리를 되찾은 뒤 지난달에도 두 달 연속 정상을 지켰다. 작년 하반기부터 E클래스를 시작으로 올 들어 C클래스, S클래스까지 전 세계에 똑같이 신차를 내놓고 있는 벤츠가 한국에서 최고의 실적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눈에 띄는 건 차량 판매를 담당하는 벤츠코리아 사장과 차량 할부금융을 맡은 벤츠파이낸셜코리아 사장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다. 이들의 절묘한 ‘콤비 플레이(협업 체제)’가 탁월한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브리타 제에거 벤츠코리아 사장(45)이 작년 3월 취임한 데 이어 올해 1월 아디 오펙 벤츠파이낸셜코리아 사장(43)이 부임해 왔다. 일각에서는 한국에서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당선된 데 맞춰 여성 최고경영자(CEO) 듀오를 배치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제에거 사장은 “우연의 일치”라고 말했다. 오펙 사장 역시 “열심히 노력했을 뿐 여성이라는 점에 대해 특별히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벤츠코리아 내부에서는 “여직원 비율이 높은 점이 여성 CEO를 보낸 배경이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직원 비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파이낸셜코리아가 각각 39%, 60%다. 10~20%대인 수입차 업계 평균보다 높다.

그래도 벤츠코리아 여직원들은 두 명의 여성 CEO가 올 때 반신반의했다. ‘한창 성장 중인 한국에 영업통이 올 것’이라는 믿음이 완전히 빗나가서다. 제에거 사장은 AS 부문 임원 출신이고 오펙 사장은 리스크 관리 임원으로 일해 왔다. 두 사람 모두 영업을 지원하는 후선 업무 전문가였던 셈이다.

벤츠가 40%대의 고속성장을 하면서도 잡음이 적은 건 두 사람의 전공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판매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제에거 사장과 오펙 사장이 AS와 리스크 관리를 중점적으로 챙겨 다른 수입차 브랜드에 비해 고객 불만이 적다는 얘기다.

다른 점도 있다. 세쌍둥이의 엄마답지 않게 제에거 사장은 추진력 있는 카리스마형 CEO라는 평가가 많다. 반대로 이스라엘 여군 출신인 오펙 사장은 소통을 중시하는 공감형 리더다. 벤츠 직원들은 두 사람의 다른 성격이 상호보완 작용을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펙 사장은 “한 번 목표를 정하면 반드시 하고 마는 제에거 사장이 존경스럽다”고 했고 제에거 사장은 “모든 사람을 꼼꼼히 챙기는 오펙 사장에게 본받을 점이 많다”고 치켜세웠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