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비정상회담'
JTBC '비정상회담'
외국인을 전면에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이 올해 방송가의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종합편성채널 JTBC ‘비정상회담’을 비롯해 케이블TV tvN ‘섬마을 쌤’(종영), MBC ‘헬로 이방인’과 ‘나 혼자 산다’의 외국인 출연자 등 방송가 ‘외국인 바람’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비정상회담’은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 11명이 ‘G11’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주제로 토론하는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 이후 주춤했던 외국인 토론 프로그램을 부활시켜 호응을 얻고 있다. 지상파 프로그램을 넘어서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는 등 인기를 입증했다.

샘 오취리(가나), 기욤 패트리(캐나다), 에네스 카야(터키), 타일러 라쉬(미국), 줄리안(벨기에), 알베르토 몬디(이탈리아), 로빈(프랑스), 장위안(중국) 등 개성 있는 외국인들은 기대 이상의 한국어 능력과 재기 넘치는 화법으로 웃음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고민과 다양한 생각을 들려주고 있다. CF 모델, 타 예능프로그램 러브콜 등 두터운 팬층까지 거느리고 있다.

MBC는 추석 특집 파일럿으로 선보였던 ‘헬로 이방인’을 정규 편성해 또 하나의 외국인 프로그램을 탄생시켰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인 김광규가 다양한 국적과 매력을 가진 외국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그리는 리얼 관찰 버라이어티다.

MBC '헬로 이방인'
MBC '헬로 이방인'
‘헬로 이방인’에는 일본 후지이 미나, 캐나다 조이, 중국 레이 등 다양한 개성과 끼로 뭉친 9명의 외국인이 등장한다. 하지만 2.5%(20일 방송분)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반응은 신통치 않다. 현재 방영 중인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섞어 놓은 것 같은 진부한 포맷으로, ‘헬로 이방인’만의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과거에는 한국 문화를 잘 이해하고 한국어가 유창한 외국인이 나오는 것 자체로 흥미를 자아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며 “외국인이 주가 아니라 탄탄한 기획 의도와 포맷 뒤에 이를 살리는 부재료로 외국인을 더했을 때 빛을 발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MBC 군대 예능 ‘진짜 사나이’는 연예인의 군대 체험이라는 기획 의도가 중심이었다. 이처럼 한국만의 군대 문화에 샘 해밍턴 등 외국인 캐스팅이 더해져 예상 못한 웃음을 선사했다. tvN ‘섬마을 쌤’ 또한 교육에서 소외된 섬마을에 나타난 영어 선생님이라는 소재 위에 아이들에게 생경한 ‘원어민 선생님’이라는 포인트를 얹었다.

이처럼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전개를 벗어나는 새로움의 재미, 그것이 외국인 예능의 묘미다. 외국인 패널에 의존하기보다는 참신한 기획의도가 맞물렸을 때 프로그램의 선전 여부가 결정된다는 얘기다.

점차 다양화되고 있는 외국인 예능 프로그램이 각각의 개성을 드러내며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정상회담’을 기획한 임정아 PD는 “한국은 전 세계 속에 있는 나라”라며 “한국의 문제를 넘어서서 20대, 30대의 고민을 세계의 시선으로 모아본다는 것이 ‘비정상회담’의 주요 기획의도”라고 했다. “다양성 속에서 보편성을 찾아본 지점이 외국인 패널이라는 흥미 요소와 결합돼 폭발력을 지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글=장서윤·최보란 한경 텐아시아 기자 ciel@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