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구제금융 프로그램 6개월 연장 추진·긴축 요구
그리스 노동계 총파업…항공·철도·공립병원 등 마비


그리스 정부가 내년 재정수지 전망 등에 대해 대외 채권단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연내 구제금융 조기졸업 계획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 정부는 내년 2월의 대통령 선출 등 정치적 여건을 고려해 구제금융 졸업으로 긴축정책을 완화해 지지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트로이카'는 EU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6개월 정도 연장해 그리스가 긴축정책을 지속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그리스 노동계는 27일(현지시간)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24시간 총파업을 벌여 항공편이 전부 결항하고 공공기관이 문을 닫았다.

◇그리스-트로이카, '파리 협상' 불발…재정수지 전망 이견
그리스와 트로이카는 지난 25~26일 프랑스 파리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에서 벌인 구제금융 협상을 타결하지 못했다.

그리스 관영 ANA-MPA 통신은 IMF가 내년 '재정갭'(fiscal gap) 전망을 고수했기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재정갭은 재정지표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기초재정수지의 개선 정도를 뜻한다.

이미 트로이카는 그리스 정부가 제시한 내년 재정수지 전망이 낙관적이라며 내년 예산안을 승인하지 않았으며, 그리스는 지난 21일 독자적으로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그리스는 예산안에서 내년 재정수지가 3억3천800만 유로(약 4천600억원) 적자로 국내총생산(GSD)의 0.2%에 그쳐 사실상 사상 처음으로 균형재정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해 재정갭이 없다는 견해이다.

반면 트로이카는 그리스의 내년 재정수지 적자가 GDP의 3% 수준일 것이라며 0.2%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정수지가 20억~30억 유로 개선돼야 한다는 전망을 바꾸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로이카는 내년 재정갭이 20억~30억 유로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리스 정부가 발표한 감세정책을 철회하고 연금을 삭감하는 등의 긴축정책을 요구했다.

그리스 일간 프로토테마에 따르면 트로이카는 그리스의 연금 개혁 성과가 미진하다며 즉각 연금 지급을 삭감하고 연금 수급개시 연령을 올리기를 원했다.

트로이카는 또 공공부문의 추가 보너스와 시간외수당 삭감을 요구하고 정리해고가 가능하도록 노동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권고했으며 부가가치세 인하 조치 연장에 반대했다.

◇연내 구제금융 졸업 대신 6개월 연장 가능성 제기
ANA-MPA 통신은 이날 양측이 며칠 안에 전화회의로 협상을 재개할 계획이지만 이견이 커 연내 구제금융 졸업을 선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스는 2010년부터 2차에 걸쳐 2천400억 유로로 계획된 구제금융을 지원받고 있으며, EU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올해로 끝나고 IMF의 구제금융은 2016년 3월까지 계속될 예정이었다.

그리스는 이번 협상 타결로 마지막 분할 지원금을 받고 구제금융 조기졸업을 선언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다.

따라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재무장관협의체인 유로그룹의 올해 마지막 정례회의가 열리는 내달 8일까지 구제금융 졸업 협상을 끝내는 것이 그리스 정부의 목표였다.

그러나 트로이카는 EU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6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협상에 참여한 EU 관리 2명을 인용해 대외채권단이 구제금융을 6개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의회는 내년 2월 대통령을 선출할 예정이나 실패하고 조기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연립정부를 이끄는 신민당(ND)은 긴축정책에 대한 반감으로 제1야당인 시리자(급진좌파연합)보다 지지율이 낮아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제금융 조기졸업과 긴축정책 완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리스 노동계는 이날 정부의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24시간 총파업을 벌여 연정을 압박했다.

이날 파업으로 에게안 항공은 국내선 97편과 국제선 65편의 운항을 취소했고, 올림픽 항공의 전체 항공편이 결항했다.

지하철과 버스 등도 부분 운행됐다.

공무원들도 파업에 참가해 학교와 우체국, 세무서, 은행 등이 폐쇄됐고 공립병원은 응급환자만 접수했으며 유적지와 박물과도 문을 닫았다.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just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