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전주 테크노파크에서 열린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해 축하 줄을 자른 뒤 얘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오경숙 플라스마 기술연구센터 선임연구원 , 이상운 효성 부회장, 김진수 센터장, 박 대통령, 송하진 전북지사.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전주 테크노파크에서 열린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해 축하 줄을 자른 뒤 얘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오경숙 플라스마 기술연구센터 선임연구원 , 이상운 효성 부회장, 김진수 센터장, 박 대통령, 송하진 전북지사.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정부가 24일 문을 연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미래 산업의 쌀’로 불리는 탄소섬유 강국으로 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일본 미국 유럽 등이 주도해온 탄소 소재 산업을 획기적으로 키워 반도체를 능가하는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정부와 효성그룹은 기흥반도체단지처럼 한국판 ‘MAI 탄소 클러스터’를 구축해 ‘소재-중간재-복합재 성형·가공-완제품’으로 이어지는 탄소산업 밸류체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탄소산업 클러스터 만든다

효성, 한국판 'MAI 클러스터' 구축…탄소섬유 '미래의 鐵'로
탄소섬유는 미래의 ‘철’이라고도 불린다. 철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철에 비해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와 탄성은 각각 10배, 7배 강해 자동차 항공기 등의 소재로 쓰인다. 탄소섬유는 내부식성 전도성 내열성도 뛰어나 적용 가능한 산업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현재 20억달러 규모인 세계 탄소섬유 시장은 2030년께 10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효성과 태광산업 등이 탄소섬유를 양산 중이다. 하지만 세계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도레이 데이진 미쓰비시레이온 등 일본 업체보다 크게 뒤처져 있다는 평가다.

이상운 효성 부회장은 이날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서 “선진국은 50년 전부터 해왔기 때문에, 응용 부문에서도 많이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클러스터 구축으로 단기간에 탄소섬유 강국으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이다. 2020년께 탄소 소재 관련 200여개 대기업과 혁신중소기업 집적 효과를 통해 약 2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기로 했다.

독일 자동차산업 중심지인 뮌헨(M), 아욱스부르크(A), 인골 슈타트(I) 지역을 중심으로 72개 기업과 연구기관이 결집한 MAI 탄소 클러스터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350억달러 규모의 세계 D램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 기흥·화성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 사례를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탄소 히든챔피언 100개 육성

효성은 먼저 1조2000억원을 투입해 현재 연 2000t인 탄소섬유 생산 능력을 2020년까지 1만4000t으로 키우기로 했다. 탄소 소재 히든챔피언 육성을 위해 전주공장 부지 내에 연면적1600㎡ 규모의 탄소특화창업보육센터도 짓는다. 100억원 규모의 탄소특화펀드도 조성한다.

효성 관계자는 “창업보육센터 건립을 계기로 탄소벤처 100곳을 육성할 계획”이라며 “다양한 탄소 관련 제품을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탄소섬유로 만든 핸드백을 선물했다. 박 대통령은 “탄소섬유는 수천년간 제조업의 기본 소재였던 철을 대체할 소재”라며 “연구개발(R&D) 기관과 기업들이 함께 힘을 모아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 후 대기업 공장을 처음 찾았다는 점을 들어 효성 측은 탄소 사업이 탄력을 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전통문화·농생명도 창조경제 접목

효성은 ‘전북판 산업혁명’도 준비 중이다. 전북 지역에 강점이 있는 농생명과 관광 등 문화 콘텐츠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최근 창업 공모전을 통해 10개 팀을 이미 선정했으며 사업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해외 전시회 참가 등도 지원해 판로 개척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콩쥐팥쥐 등 전래동화나 전통문화 등을 소재로 한 게임 등 문화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고, 한지를 이용한 고급주택 인테리어 등의 시범사업도 벌이기로 했다. 인테리어나 의류 등의 소재로 한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박 대통령은 “전북 지역의 전통문화 역시 창조경제의 또 다른 열쇠”라며 “산업이 문화와 만나고, 기술이 예술과 접목하며 제품이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옷을 입을 때 몇 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영태/정종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