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최대 500만명에 달하는 불법이민자의 추방을 3년간 유예하는 이민개혁 행정명령과 관련, “사면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라디오 주례연설에서 “세금을 내지 않고 규범을 지키지 않은 채 수백만명이 미국에 살고 있는 게 오히려 사면”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앞서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델솔고를 방문해 “이민제도에 결함이 있다는 건 누구나 안다”며 “내 권한에 의문이 있다면 법을 통과시키라”고 공화당을 압박했다. 2013년 상원을 통과하고 현재 하원에 계류 중인 이민개혁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면 행정명령을 내려놓겠다는 것이다. 델솔고교는 학생의 절반 이상이 히스패닉 계열로 2년 전 오바마 대통령이 이민개혁 구상을 밝힌 상징적인 장소다. 오바마 대통령은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이민개혁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이날 경제자문회의 분석을 인용, 이민개혁 행정명령이 앞으로 10년간 경제성장률을 0.4~0.9% 증가시키고 15만명가량의 고용을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 베이너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의회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황제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강력 비난했다. 그는 “이민정책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독단적 행동 때문에 함께 일하지 못하게 됐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거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은 소송 등 법적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밝혀 연말 정국이 급랭할 전망이다. 공화당은 지난 21일 이민개혁과는 별개로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이행과 관련 행정명령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오바마 정부에 대해 공식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민개혁안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역사에 남을 만한 조치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21일 뉴욕역사협회 행사 연설에서 “이민개혁은 오늘 밤 우리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서빙을 하는 사람들의 문제”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