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기·손신실 "환갑 넘으면 봉사하는 삶 살자 약속했었죠"
“환자들이 익산뿐 아니라 전국에서 와요. 여수 광양 제천 청주 원주… 서울에서도 온다니까. 이상해. 그 이유를 나도 모르겠어요.”

올해 아산 의료봉사상을 받은 ‘왕궁면 명의’ 김신기 삼산의원 원장(85·오른쪽)의 말이다. 김 원장은 전북 익산 왕궁면에서 한센인을 28년 동안 치료해왔다.

김 원장은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공군 군의관을 거쳐 1961년 익산에 부친 병원 이름을 딴 삼산의원을 열었다. 전남대 의대를 졸업한 손신실 원장(왼쪽)과는 1958년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김 원장과 손 원장은 두 아들을 분가시킨 뒤에 ‘보다 의미있는 일’을 하며 여생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왕궁면 한센인 마을에 들어갔다.

김 원장은 “의사이자 독립유공자였던 아버지의 삶을 보면서 돈만 벌고 세상에 베풀지 않으면 그것이 죄라고 생각했고, 환갑이 넘으면 봉사하며 살자고 아내와 약속했었다”고 말했다.

부부는 한센인들 삶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졌다. 명절이면 돼지고기를 준비해 주민에게 일일이 나눠줬고, 태양열 시스템을 갖춘 한센인 공동 목욕탕을 설치하거나 마을회관에 전기보일러를 설치하는 등 복지 증진을 위해 애썼다.

김 원장은 7년 전 대장암, 심근경색증 등을 앓아 진료를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다행히 세 차례의 수술이 성공적이어서 건강을 회복한 뒤 2년 만에 한센인 곁으로 돌아왔다. 투병 중 삼산의원은 폐원된 채로 있었다. 한센인 마을 관계자는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오려는 의사가 없었다. 우리 마을의 은인인 원장님이 돌아와줘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요새 김 원장은 체력이 부쳐 하루 50명만 예약을 받아 진료한다. 손 원장은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관절염이 심해져 2011년부터는 진료를 보지 않고 있다.

김 원장은 “남은 생 동안 한센인을 위해 계속 진료하고 싶다”며 “스스로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남을 도왔고, 그 일로 이렇게 훌륭한 상까지 받게 되었으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